서울 논현동에 있는 건설장비및 발전소플랜트 전문업체인 대정기계본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탈개운동"이란 커다란 현판이 붙어 있다.

그옆에는 탈개운동을 위한 사원들의 실천사항이 빽빽히 적혀 있다.

과연 탈개운동이란 무엇인가.

이 회사의 박헌진회장은 "탈개운동이란 경영혁신을 위한 의식바꾸기운동"
이라고 못박는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벌여온 초관리운동이나 품질관리운동은 물리적 측면이
강조된 개혁운동인데 비해 이 탈개운동은 매너리즘을 깨는 순수한 정서혁신
운동이라는 것.

이 탈개운동은 내용을 살펴보면 예상외로 단순한 것에서 출발한다.

각임원및 사원들이 "탈"항목에 앞으로 탈피해야할 사항을 적는다.

지금까지 젖어있던 매너리즘적인 행동이나 사고로 부터 탈출할 내용을
적어둔다.

이에 반해 "개"항목에는 앞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을 적는다.

이 항목은 1분기에 1번씩 바꿔나간다.

실제 적어둔 내용을 보면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이번 분기 이영우부사장은 탈항목에 "음주 다음날 지각"을 새겨놨다.

접대술을 마신날 가끔 30분정도씩 출근 시간에 늦는 일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개항목에는 1일1거래처 방문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5백여명의 사원들이 적어놓은 탈개항목을 보면 매우 현실적이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영업부의 장재영씨는 탈항목에 "급히 운전하는 습관"을 쓰고 개항목에는
"전화통화시 메모하는 습관을 갖자"라고 다짐했다.

모두들 회사경영내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사원각자가 고정관념을 깨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탈개운동추진본부장인 김창성이사는 "이처럼 개인적이고 하찮은듯 보일 수
있는 다짐이 사원 스스로 개선을 거듭하는 동안 본인의 의식개혁은 물론
회사의 경영혁신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연초부터 실시한 이 탈개운동 덕분에 대정의 사내 분위기가 능동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임원들의 경우 결재사항의 제목만 보고서 일단 언성을 높이는 부정적인
태도가 사라졌다.

외국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원들도 크게 늘어났다.

지각하는 사원 짜증내는 사원도 줄었다.

이같은 적극적인 태도가 전반적인 근무태도를 개선시켜 올해 매출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5백60억원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경영개선에 힘입어 한국종합기술금융(KTB)과 한국기술금융
한국개발투자등 3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에서 34%지분에 투자하기도 했다.

현재 장외시장에 들어있는 이 회사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변신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이 탈개운동을 창안, 도입한 것이라는게 박헌진회장의
설명이다.

극동운반기계및 대정건영 주식회사타이다이등 계열사를 거느린 이 회사가
벌이고 있는 탈개운동이 큰 성과를 거두자 주변 중소기업들도 이 운동의
전개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탈개운동이 앞으로 업계에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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