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적으로 유럽은 한나라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듯하다.

우선 왕조의 혈동이 그렇고 종료로 말하면 모두가 기독교권이다.

스페인의 카르멘 얘기를 오페라로 작곡한 비제는 프랑스인이다.

파리를 무대로 하는 오페라 라보헴은 이탈리아의 푸치니가 작곡한다.

교향곡 신세계(미국)는 체코 사람인 드볼작의 작품이다.

모짜르트 시대만 해도 오페라는 모두 이탈리아말이었다.

하이든과 모짜르트가 반란을 일으켜 큰 파문이 일어났었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 진격했을때 러시아 상류층의 귀족들은 모두 불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바이런이 그리스 독립전쟁에 참전하고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에서 싸운다.

같은 유럽권이 아닌 무어족이 스페인을 400년동안 통치했다는 사실은 우리
에게 기이한 느낌을 준다.

아랍문화조차 유럽과 접목하였던 것이다.

한자어와 유교의 영향으로 가장 문화적으로 가깝다고 할수 있는 한.중.일
3국도 이를 동질문화권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서편제 판소리를 일본사람이 지을수 없고 나니와부시(랑화절)를 중국사람이
읊조릴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동남아 국가로 이야기를 확대해 가면서 사태는 아주
심각하다.

문화적으로는 아주 먼 딴 세상인 것이다.

공통의 화제는 기껏 한국의 축구나 인도네시아의 배드민턴이나 중국의
마군단 정도가 아닐까 한다.

이 지역의 큰 회사 오우너들은 미국 명문대학의 석박사 출신이 많다.

그런데 이분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직 돈 얘기만 한다.

플레이보이 조크나 골프 얘기마저 없으면 말 그대로 적막강산이다.

고객이나 인간존중같은 경영이념과는 거리가 멀고 지적으로는 세계적 수준
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아직도... 라고 느끼지 않을수 없게 한다.

징기스칸은 무력으로 아시아 유럽을 정복했지만 그의 후예들은 고비사막의
한 구석에 겨우 2백만의 인구만이 칩거하고 있을 뿐이다.

만주족은 한때 중국을 통일하여 금나라 청나라를 세워 위세를 떨쳤으나
지금은 민족자체가 한민족에게 흡수되어 아이덴티티가 소멸상태에 이르렀다.

두 민족 모두 문화적으로 열등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5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