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자치선거는 대통령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으나 다음의 몇가지 면에서 볼때 우리
정치의 분수령을 이루게 될 중요한 선거다.

첫째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하여 매년 한번씩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내년에는 국회의원선거,내후년에는 대통령선거,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다시 지방자치선거가 계속된다.

이번 선거 하나만을 떼어 놓고 본다면 중요성이 간과될수도 있겠으나
20세기의 마지막 시기에 치러지는 네번의 연속 선거들은 21세기의 우리
정치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또한 세번의 남은 선거들은
이번 선거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자치선거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하겠다.

둘째 이번 지방선거는 김영삼정권이 개혁의 핵심으로 삼고있는
"공정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이 처음으로 전면 적용되는 선거이다.

과거의 선거들을 특징지어왔던 불법.금권.타락선거를 일신하고 우리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할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게 된다면 이것 또한
21세기의 우리 정치가 추구해야할 모형을 준비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과연 공명하고 깨끗한 선거가 이루어질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일차적
으로 1만5,000여명이나 되는 후보자들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새 선거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서 불법과
탈법행위를 경중의 구별없이 의법조치할 것인가와 사법부가 범법자에
대해 선거무효와 당선무효등의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의 선례를 만들지 못한다면
현 정권이 추구해온 정치개혁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셋째 이번 지방선거는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실시되어온 대부분의 선거들이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였기
때문에 정치나 행정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전국차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기초및 광역단체장및 지방의회선거는 우리의 생활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선거이다.

여기에 출마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또 이들이 당선되면 어떤
정책을 수행할 것인가는 정치와 행정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지역정치와
지역행정을 특징짓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이나 유권자들의 관심은 15개 시.도지사
선거에 집중되고 있으며 기초단체장선거나 광역및 기초의회선거들은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광역단체장선거의 결과가 앞으로의 정치구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임은
사실이지만 기초단체장선거와 지방의회선거 또한 지역정치와 지역행정의
양상을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과 높은 투표참여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중요선거가 될 것인가,아닌가의 핵심적 관건은
유권자의 후보선택에 달려있다.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첫번째 요소는 후보의
전문성 여부이다.

당선된 후보들이 자치행정이나 자치의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갈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지방자치제의 성공을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의 전문적 능력여부는 과거에 유사한 직책을 역임하였을 경우에
재직중에 보여준 그의 업무수행능력으로 평가할수 있다.

또한 후보자의 지금까지의 경력이 행정적 경험과 소양을 쌓아온 사람인가,
아니면 정치권 주변을 맴돌면서 무위도식해온 전문정치꾼인가도 구별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기초및 광역단체장선거에서 뿐만 아니라 기초및 광역의회의
후보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두번째 요소는 후보자의
소속정당이다.

모든 선거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정치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이번 지방자치선거도 지난 2년 반동안 집권해온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후보선택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야당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동안의 정당활동을 평가하여 과연 집권여당의
대안세력이 될수 있는가를 판단하여야 한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후보자 한명 한명을 제대로 파악할수 없는 경우에는
그들을 공천한 소속정당에 대한 평가에 의거하여 후보자 선택을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남은 13일간의 선거운동 기간동안에 결정한 선택이 차후 3년간의
지방행정과 지방정치를 규정짓게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번 선거에서의
후보자 선택을 소홀히 할수 없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앞으로 계속될 네차례 선거의 시발점이며
이 선거의 결과는 21세기 한국정치의 성격을 규정지을 기반이 될
것이라는 시대적 인식을 가지고 선거에 임할 것이 요구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