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지난 12일 전용면적 135 (40.8평)이하의 새로 지은 집을
살때 구입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빌린뒤 할부상환하는 주택할부금융
제도를 내년 1월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도입된 주택할부금융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주택건설업체가
직접 자금조달을 할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할부금융회사는 납입자본금의 10배까지 채권발행을 할수 있는데
이번에 주택할부금융회사의 납입자본금을 200억원이상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채권시장에서 2,000억원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은행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건설업체는 담보를 제공해야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주택건설업계에서는 담보부담없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주택수요를
확충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한가지 차이점은 할부금융의 대상주택규모가 135 (40.8평) 이하로서
기존의 주택금융대상인 85 (25.7평)이하보다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이는 주택할부금융이 시장실세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주택금융과는
달리 금융지원대상을 크게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 가능한한 대상폭을 넓혀
주택건설업계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특징에도 불구하고 주택할부 금융제도가 당장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실수요자가 주택할부금융을 이용해 집을 살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3년만기회사채 유통수익률이 14.5% 이상이며 여기에 회사채 발행
수수료등 각종 경비를 합하면 주택할부금리가 연16% 이상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3년만기 회사채발행으로 자금조달을 하기 때문에 10~20년의
장기대출을 해주기 어렵다.

또 한가지는 국내 금융시장발달이 뒤져 주택금융의 역할이 크게
제한될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집값이 안정되면 주택수요가 위축돼 주택금융을 위한 재원조달이
어려워지며 반대로 집값이 뛰면 집값대비 융자비율이 더 낮아져 무주택자
의 내집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같은 악순환은 실수요자인 무주택자의 주택구매력이 부족한데다
주택의 유효수요 부족을 메워줄 주택금융 재원도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경제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능한한 산업자금공급을
확대하는 대신 주택금융확충은 억제해온 금융정책의 탓이 크다.

이같은 사정은 당초 주택은 할부금융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주택건설업계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허용한다는 정책당국자의
설명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자율화와 금융시장 개방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언제까지나
정부의 판단에 따라 자금배분순위가 결정될수는 없다.

따라서 해당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주택할부금융제도는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금융환경변화를 선도하는 상징적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