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삼성그룹"은 옛이야기인가.

삼성항공의 러시아제 초대형 수송헬기 수입승인과 F-5전투기 개조사업을
위한 기술도입신고서 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자동차 사업을 위한 부산 신호공단 땅 매입문제도 시원스레 풀리지 않고
지지부진하다.

영광원자력 5,6호기 입찰 자격에서도 삼성은 탈락했다.

"브레이크가 없다"던 삼성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같은 "브레이크는" 지난 4월중순 이건희회장의 북경발언이후 "정부와
삼성이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미확인 풍문이 떠돌면서 꼬리를 물며 나타난
것들이어서 시중에선 "삼성 제재설"로까지 증폭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정부나 삼성 모두 제재설을 극구 부인한다.

일련의 징후들을 오비이락격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재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이와는 영 다르다.

실제로 삼성이 전력투구했던 영광5,6호기 입찰참여 추진이 당초 예상과
달리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지자 "뭔가 이상하다"는 기류다.

원전시공 경험이 있는 현대 동아 대우등 기존업체외에 신규 사업자의
참여를 허용, 보다 많은 국내기업이 원전건설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신규진입을 허용키로 했으나 여기서 삼성을
제외한 것.

컨소시엄을 구성할수 있는 신규사업자의 자격을 삼성의 바로 윗선에서
끊어 신규참여의 혜택은 대림산업 한 회사만이 보게 됐다.

이에대해 재계의 한관계자는 "영광원전 5,6호기 시공에 대한 신규업체
진출논란은 삼성건설이 이 사업에 참여하길 강력히 희망하면서 시작된 것"
이라며 삼성이 제외된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나 통산부 관계자는 "신규참여를 허용하더라도 참여자격을 단계적으로
낮추다보니 삼성이 빠진 것뿐"이라며 삼성에 대한 제재설을 일축했다.

통산부의 또다른 관계자도 "삼성의 헬기수입이나 항공기 기술도입신고
수리가 늦어지고 있는걸 갖고 정부가 삼성을 제재한다고 말하는건 어불성설"
이라며 "삼성의 러시아제 수송헬기 MI26T수입승인은 국방부의 피아식별
검토등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중이고 F-5개조 기술도입신고 수리도 경쟁업체
와의 관계등 별개의 문제때문에 시기를 미루고 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금융제재설에 대해서도 정부는 극구부인한다.

재경원관계자는 "산업은행 시설자금 대출의 경우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90억원을 지원받은 이후엔 삼성계열사에 대출실적이 한건도 없는걸 갖고
금융제재라는 말이 나돈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이는 10대그룹에 대한
설비자금의 편중배정을 막다보니 생긴 일이지 그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 가시적으론 삼성의 사업추진이
계속 주춤거리고 있는건 사실이어서 "삼성이 요즘 하는 일은 되는게 없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퍼지고 있다.

심지어는 "김영삼 정부가 집권 전반기엔 현대그룹을 제재하더니 후반기엔
삼성이냐"는 시각마저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이의철.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