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 과기처 원자력 실장 >

한국표준형 원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원전건설사업 추진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1단계는 처음 원전을 도입하던 70년대로서 외국업체가 주계약자가 돼
일괄도급방식으로 원전을 건설했다.

고리 1,2호기 건설에 적용됐으며 원전의 설계 제작 건설등을 모두 외국
기업이 책임을 지고 수행하였다.

제2단계는 80년대로서 1단계에서 축적한 경험을 살려 국내기업이 원전
건설사업을 종합 관리하되 외국기업및 한국기업에 부문별로 분할 발주했다.

고리3,4호기 영광1,2호기 울진1,2호기가 이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제3단계는 80년말부터 자립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업체를 부문별
주계약자로 하고 외국업체는 일부기술을 지원하는 하도급업체로 참여케하여
기술자립을 구축하는 시기로 영광3,4호기 울진3,4호기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표준형 원전은 바로 제3단계 사업의 핵심과제로써 지난84년 정부가
수립한 "원전기술 자립계획"에 따라 시작됐다.

한국의 실정에 적합하고 경제성과 안전성이 높고 우리의 기술로 표준화된
원전을 반복하여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추진되었다.

이를 위해 미국 ABB-CE사의 "시스템80"노형을 모체로 그간의 국내외 연구
결과와 설계개선 항목을 반영하여 한국 표준형 원전의 모델이 될 영광
3,4호기의 개발에 착수하였다.

시스템80은 1백30만 급 용량이지만 우리나라의 전력계통규모를 감안하여
1백만kW급으로 축소했다.

원자로 운전원이 원자로의 상태를 언제든지 쉽게 알 수 있는 최신의
인간공학적 개념을 도입했다.

이러한 영광3,4호기는 비록 미국기업이 원전건설의 주계약자가 되었으나
한국기업들이 설계 건설 제작등 모든 부분에 광범위하게 참여하여 건설
되었다.

이 원전이 이후 한국표준형 원전을 우리의 기술로 독자적으로 건설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자립기반의 토대위에서 그동안의 영광3,4호기 건설 경험과
최근에 개발된 설계 및 안전기술을 추가해 원전의 설계.제작.건설에 있어서
우리의 전적인 책임하에 건설되고 있는 울진3,4호기가 본격적인 제1세대
한국표준형 원전이다.

국내의 독자적인 설계개선 노력을 통해 우리의 기술자립도는 93%정도로
극히 일부분의 기술만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개발.건설되고 있는 한국 표준형 원전은 그 기본모델이 된
시스템80에 비해 기술성.경제성 및 안전성 면에서 크게 개선된 것으로써
그 중요한 내용만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표준형 원전인 울진3,4호기의 부품 기기 구조물및 계통의 설계 제작
시공 설치시험 및 운전등에 대한 제반 품질보증 및 안전성관련 기술기준은
시스템80에 적용된 70년대 기술기준보다 발전된 80년대 기술기준이 적용됐다.

또한 주요계통의 안전성 개선및 보완을 통해 안전성및 신뢰성을 증진
시키고 운전절차도 간소화토록 설계함으로써 현재 건설되고 있는 원전중
에서는 차세대원전 규제요건에 가장 근접하게 설계된 원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