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건설에도 경쟁과 개방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발전산업의 이런 추세가 불투명한 상태지만 멀지않은
장래에 가시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97년의 정부조달시장 개방도 원자력발전소건설사업의 개방을 앞당길
변수이다.

또 국내에서 경험을 쌓아 원전건설에 적극적인 중국이나 동남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개방''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공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단 하나의 국내업체가 주계약자로
참여하는 형태이다.

대우가 시공중인 가압중수로인 월성3,4호기는 예외이다.

여기에는 원자로공급등 일부에서 외국기업이 주계약자로 참여하지만 국내
기업이 할수있는 부문은 역시 독점이다.

원전건설은 발전사업자인 한국전력의 관리아래 부문별로 분할 발주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발전소 전체에 대한 종합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맡는다.

기자재공급부문에서는 핵심인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는 한국중공업이 담당
하고 원전연료는 한국원전연료가 공급한다.

참여가 제한되지 않은 부문은 실제 건설공사인 시공과 보조기기공급분야뿐
이다.

시공도 자격을 갖춘 업체만 참여할수 있어 제한적인 경쟁체제이다.

적격업체는 현재 현대건설 대우 동아건설등 3개사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필수적이면서 핵심분야는 사실상 한국전력기술
한국중공업 한국원전연료등 3개사가 맡고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원자로및 원전연료의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독점체제는 원전기술자립계획의 산물이다.

정부는 지난86년 원전기술자립계획을 마련했다.

원전의 설계 기자재구매및 제작 시공 시운전 인허가등 원전의 모든분야를
대상으로 독자적인 능력을 확보,우리만의 힘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할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95년말 "기술자립률 95%"라는 정량적목표도 함께 제시됐다.

이목표는 올해말이면 달성된다.

핵연료설계및 제조, 발전소시공부문에서는 1백%에 이른다.

원자로설비의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자립"하는 셈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관한 자립의 틀을 구축한 단계에 이르렀다.

기술자립이 달성되면서 자립을 담당한 기관의 독점에 대한 도전이 일고
있다.

과점상태인 시공부문에서는 삼성건설등도 컨소시엄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시공분야의 개방은 다른 독점부문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당장은 터빈발전기의 한중 독점에 변화가 예상된다.

발전설비일원화가 내년1월부터 해제되면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이부문에 눈독을 들여왔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원전용 터빈발전기는 일반 화력발전소용과 용량만 다를뿐이어서 이들이
한중의 경쟁상태가 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설계부문도 경쟁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소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발전소
설계와 별로 다르지 않아 건설회사나 엔지니어링업체의 참여가 가능하다.

특히 대우는 오는2003년까지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턴키로 수행할수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6백MW급의 가압중수로인 CANDU6를 "일등상품"으로 선정, 고유모델로
만들어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핵심설계등은 캐나다원자력공사(AECL)와 협력을 통해 확보하고
나머지는 독자개발해 국내외 원전시장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4월 완공된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의 설계에 일부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업용원전사업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삼성건설도 원자력사업에 상당히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원전팀을 만들어 1백50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했다.

원자로설계에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시공분야에선 미국 벡텔사와 각각
제휴, 기술능력확보도 추진하고있다.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부문은 당분간 경쟁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까지 건설예정인 원전이 한국형원전으로 잡혀있어 원자로설계 및
설비가 한국원자력연구소나 한중이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만 조달시장 개방으로 외국기업의 참여가 가능하나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