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시장"이 달아 오르고 있다.

정부가 민자발전소 4기를 금년중 발주키로 하고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간
가운데 참여희망 기업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발전사업이 외국기업에 부분 개방되고 정부의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도 해제됨에 따라 국내 발전시장은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그동안 정부의 울타리안에서 "독점의 평화"를 유지했던 발전시장이 경쟁의
도가니로 빠져 들면서 이젠 뜨거워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 발전시장에 경쟁이란 불을 지핀 도화선은 정부의 민자발전
추진이다.

정부가 발전시설 확충을 위해 유연탄화력 2기와 LNG(액화천연가스)복합화력
2기 등 모두 4기의 발전소 건설에 우선 민자를 유치키로 한 것.

발전시장의 경쟁은 그래서 당연히 기업들의 민자발전 참여 각축전에서부터
시작됐다.

민자발전사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이미 <>전담팀을 구성하고 <>부지
선정 <>컨소시엄 파트너 물색 <>해외기술협력선 타진등 그동안의 물밑작업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고 있다.

민자로 일단 건설된 발전소는 그 기업이 소유, 운영하게 됨에 따라 대기업
그룹들은 너나 할것 없이 민자발전사업에 군침을 흘려 왔다.

발전소 운영실적은 해외발전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발판이 되어서다.

특히 민자발전 사업자 선정시한이 금년말로 임박하면서는 사업추진을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건설과 중공업을 주축으로 민자발전사업에 뛰어 들기로 하고
사업본부 임원들로 SOC(사회간접자본)추진위원회를 구성, 본격 가동에 들어
갔다.

삼성그룹은 작년 미국의 포스터 휠러사와 발전소 건설에 관해 기술협력키로
합의했고 충남 당진에 1백20만평 규모의 발전소 부지를 확보중이다.

LG그룹은 오는 201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 LNG복합화력 등 민자발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청사진을 지난 4월 공식 발표하고 "민자발전 사업팀"을
출범시켰다.

대우그룹은 경남 고성과 경기도 옹진지역에 이미 부지를 확보해 놓고
있으며 (주)대우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대림그룹은 지난 3월 그룹 차원의 LNG사업추진단 사장에 선우현범 전한
국기술공업사장을 영입하는 등 사업의지를 다시한번 과시했다.

선경그룹도 건설 유공 해운 그룹경영기획실등을 멤버로 SOC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여기서 민자발전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한진 동아 한화 한라 한보 등 대기업그룹들 뿐아니라 삼환기업
대성산업등 중견그룹들도 민자발전사업 참여를 적극 추진중이어서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이뤄질 정부의 발전설비 일원화조치 해제와 대외개방은
국내 발전시장을 "무한경쟁"으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

발전설비 일원화 해제는 그동안 한국중공업이 독점적으로 공급해오던
발전설비를 민간기업도 생산해 팔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는 다시말해 국내발전 설비시장의 대외개방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자발전 건설에 외국기업도 50%미만의 지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마당에 발전설비 분야만 빗장을 걸고 있을 수는 없어서다.

따라서 이젠 국내 발전설비를 국제 공개경쟁 입찰에 부쳐야할 상황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기업들은 안에서보다 휠씬 힘겨운 밖으로부터의 경쟁자
들과 싸워야 한다.

과거처럼 "발전산업은 SOC성격이 강하므로 정부가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일부에선 개방을 동반한 발전시장의 경쟁체제 돌입에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기업은 엔지니어링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제작경험도 많지
않기때문에 외국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삼성중공업관계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극단적인 경우 그동안 발전설비를 공급해온 한중조차 외국 유수기업의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한중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사나 CE(
컨버스천엔지니어링)사가 막상 국제 경쟁입찰에서는 한국보다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를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국내 발전시장의 "대변동"이 피할 수 없는
것이란 점이다.

앞으로 해외발전시장에 진출하는등 국내업체가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선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코스여서다.

이렇게 보면 해답은 자명하다.

정면으로 맞서 경쟁해 이기는 수 밖에 없다.

발전소 건설. 운영도 그렇고 발전설비 생산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부단한 기술혁신으로 경쟁력을 쌓아 나가는 것
외엔 길이 없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