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라고 말하기에는 뭐하지만 내가 여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여행이라고 해도 관광이나 명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온천지를 찾는
것이다.

내가 한국의 온천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9년전으로 처음 가본 온천은
도고온천이다.

그때는 한 겨울이었는데 요즘과는 다르게 호젓했었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있을때 가까운 연회장에서 계속
해서 노래소리가 들려왔던 인상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온양 이천 수안보 오색 덕구 백암 동래 부곡온천에 가봤는데
이들중에서 인상깊은 장소는 덕구와 백암온천이다.

동해안을 따라 위치, 온천에 들어간 다음날은 횟집에서 신선한 생선을
맛볼수 있기도 했고 어시장에서 아줌마랑 가격실랑이를 벌이거나 수다를
떨 수도 있어서 좋았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집에서 여행의 여운을
즐기기도 했다.

특히 덕구온천은 해안을 따라 20분거리의 산속에 있는데 조용하고
공기와 물도 좋아서 목욕중에 산수경관을 즐길수도 있었다.

2시간정도 여유를 가지고 탕에 몸을 담그면 두통따위는 완전히 잊고
땀을 흘리는데 전념할수 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서 목욕후에 마시는 맥주한잔으로 새로운 활력을
받곤 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집에서 입욕을 즐기지 않고 샤워정도로 끝내고
본격적인 목욕은 (공중)목욕탕에서 한다고 들었다.

일본에서도 30여년전에는 집가까이에 목욕탕이 많아서 아버지가 귀가
하면 함께 목욕탕에 가곤했던 추억도 있으나 요즘은 목욕탕이 경영상의
문제로 없어지게 되고 서양식 샤워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도 편안하게 커다란 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온천은
일본인에게 있어서 그리운 마음의 고향이며 내일의 활력을 공급하는
장소인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집가까이에 목욕탕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것도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어 앞으로 온천의 인기는
높아질 것이다.

뭐라고 해도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목욕을 좋아하는 국민이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온천과 한국의 온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에서는 입욕중에
밖의 경관을 볼수 있는 장소에 목욕탕을 설치하는 곳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지하에 설치한 경우가 많은 듯하다.

내가 숙박해본 온천지중에서 덕구온천의 관광호텔만이 입욕하면서 밖의
경관을 즐길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한달에 한번은 온천을 찾아 입욕과 계절의 미각을 즐기는 일이 나의
꿈이며 목표라서 다음번에는 어떤 온천을 방문할까라는 생각을 되풀이하곤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