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 때아닌 TV혁신 전쟁이 일고 있다.

멀티미디어라는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TV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기술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TV를 공중파 수신이라는 일방통행식에서 탈피,공중파뿐 아니라 사용자의
생각도 전하는 쌍방향통행식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TV의 역할과 기능을 변화시킨 것은 무엇보다 멀티미디어로 총칭되는
20세기말의 전자혁명때문이다.

VOD(정보주문형비디오) 케이블TV 위성방송등 다양한 멀티서비스가
등장하면서 TV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매체로 탈바꿈했다.

TV의 "탈TV"화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제품은 VOD용 수신장치인
세트 톱 박스( Set Top Box ).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등이 이미
개발해 놓은 제품이다.

세트 톱 박스는 VOD서비스를 받는 가정에 모두 비치될 수밖에 없어
막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지난해 이 제품을 미국 USA비디오사에 공급키로 계약하고
미국시장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USA비디오사가 VOD서비스를 본격 실시할 경우 이 장비의 보급을 맡게
된다.

LG전자도 미국 오라클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VOD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전자는 한국통신의 VOD시범서비스에 이 장비를 납품,국내시장을
노리고 있다.

케이블TV용 수신장치인 컨버터도 전자업체들이 노리고 있는
황금시장이다.

컨버터 역시 케이블TV 가입자에게 보급되는 기기이다.

국내 케이블TV가 자리를 잡을 경우 최소 1조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제품은 삼성전기등 전자전기부품업체들이 한국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와 한국형 모델을 공동개발해 놓은 상태다.

다만 핵심부품인 반도체의 국산화가 지연돼 외국제품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은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위성방송용 수신기 개발도 활발하다.

LG전자는 미국 시큐브사와 공동으로 위성방송재생용 디지털 비디오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위성을 통해 전송된 압축영상을 풀어 재생하는 장치.
시큐브사가 구상하고 있는 영상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기다.

시큐브사의 영상서비스란 예컨대 영화한편을 압축해 15분만에 미국에서
전세계로 송신한다는 것. 이 서비스는 압축된 영상을 받아 재생하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LG전자는 향후 이서비스가 실시될 경우 한국내 서비스와 수신기 공급권을
갖기로 하고 관련기술을 개발했다.

이밖에 CD-I(대화형 콤팩트디스크)와 비디오CD도 중요한 주변기기로
떠오르고 있다.

소위 "CD패밀리"로 불리는 음반 영상 교육용 CD타이틀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서다.

비디오CD는 일반 비디오테이프보다 고화질로 영화를 감상할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영상재생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보급된 타이틀의 절대 수가 적지만 기존 VTR시장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등이 이미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대우전자도 곧 가세할 예정인데다 인켈등 오디오전문업체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옥소리등 PC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CD-I는 사용자가 TV와 대화하듯이 의사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차례대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형태로
내용을 변환해 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어 공부등 교육용으로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이 경우 TV가 교육용 기기로 전환된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필립스와 손잡고 제품을 생산중이다.

LG는 최근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기도 TV의 "탈TV"를 촉진시키고 있다.

게임기 시장은 세계 전자시장을 변화시킬 다크호스다.

영화보다도 시장규모가 크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게임기분야는 삼성 LG 현대가 국내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세가사,LG는 3DO사,현대는 닌텐도사와 손잡고 국내시장개척과
기술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다 대우그룹이 뒤늦게 뛰어들 채비를 갖추면서 세가와 협력체제를
구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V를 통해 할 수 있는 신규사업은 이처럼 많다.

여기에다 홈쇼핑등 소프트산업까지 합하면 그 시장규모는 계산하기도
힘들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멀티미디어 혁명이 과연 TV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인가에 있다.

멀티혁명이 TV를 베이스( base )로 할 것인가.

아니면 PC(개인용 컴퓨터)를 기초를 할 것인가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김광호부회장은 이와 관련,"현재의 움직임이 PC쪽으로 흐르는
듯 하지만 섣불리 예측할수 없다.

PC가 파워풀한 신매체임에는 틀림없지만 TV가 가진 역량을 결코
무시할수는 없다"고 말한다.

TV의 변신이 성공할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변화를 위한 몸부림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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