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공고만 내면 청약자들이 몰려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4월말 현재 전국에는 미분양 주택이 11만5,000가구에 이르고 있다.

지난 2월말의 11만가구보다 더 늘어났다.

거의가 아파트다.

미분양 아파트중 준공이 됐는 데도 분양이 안된 아파트도 2월말의
5,800여 가구에서 4월말 현재 9,400여 가구로 늘어났다.

사정이 이러하니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어떨 것이라는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택공사는 미분양주택 해소를 돕기 위해 올해 공급하기로 개획한 물량
8만4,000가구분중 미분양 아파트가 적체돼 있는 14개시의 1만378가구분의
공급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공사의 공급물량 축소는 미분양주택 해소에 약간의 도움은
될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소책이 아니다.

지난 4월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책으로 주택은행을 통해 건설업체
운영자금으로 5,000억원과 구입자금으로 500억원을 융자해 주는등
건설업계 자금난완화와 수요의 제한적 부양책을 쓴바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미분양 아파트의 물량이 워낙 많은 데다 해당지역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여서 수요가 늘어 나는 것이 쉽지 않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미분양아파트 해소책을 과감히 쓸 형편도 아니다.

부동산 경기를 부추길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자금난 가중과 부도위기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팔리지 않을 주택을 건설한 업체는 수요동향을 제대로 파악못한 잘못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단순히 무주택가구가 많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어 공급자시장이 계속
되리라는 전제아래 무턱대고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건설업체의 잘못이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잘못에만 돌리고 문제를 한가하게 쳐다볼 수는 없다.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도움이 되는 장기 할부구입 방안이나 세제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돼 왔던 양도세 면세대상 임대주택을 5가구에서
2가구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임대사업을 활성화할 길을 다각도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가구소유자 중과세라는 세제 기본틀을 흔든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주택을 보는 사람들의 눈이 변하고 있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집을 이재나 재산형성의 수단이라기 보다 주거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옳다.

비록 주택을 주거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수가 아직은 많지 않을지라도
계속해서 임대주택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소유개념에서 주거개념으로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은 정책의 몫이다.

건설업계도 주택수요구조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 수급예측은
물론 물량위주에서 품질위주의 공급정책으로 바꿔야 살아 남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