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복 <외교안보연 연구실장>

등소평이 없는 중국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의 장래를 내다볼때 밝은 점만을 부각,낙관론에 흐르거나 어두운
면에 집착함으로써 천하대란식의 비관론에 빠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다 균형된 시각이나 분석이 요망되는 것이다.

중국정치안정에 균형자적 역할을 해온 등의 사망은 권력승계를 위한
제도적장치의 결여와 더불어 중국정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개혁 개방정책의 진전에 따른 각종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현재로선
중국정치의 장래는그리 밝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 중국정치는 모택동사후와 같은 심각한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등이 없는 중국,특히 강택민체제의 장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사실을 기본전제로 해야할 것이다.

우선 등사후 중국정치는 상당기간 공산당 내부의 문제로 귀결될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지금 중국에는 공산당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사회세력이나 집단이
없을뿐 아니라 앞으로 상당기간 이러한 사회세력의 출범가능성은
거의없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이제까지 모든 국가기구,군대,무장공안부대,대부분의 사회조직과
언론매체및 물질역량을 장악해왔다.

무엇보다 공산당 일당지도체제가중국이 하나의 국가로 유지되는 국가
응집력의 기반이 되어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개혁.개방정책의 진전과 경제와 사회의 다양화에 따라 사회이익개념이
다원화되고 시장경제의 비중이 증대되는 경우 공산당 일당지도체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도있다.

그러나 공산당에 도전하는 조직적인 사회세력이등장하고 이러한 사회
세력의 존재가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국민다수가 중산층의 의식
구조를 갖게될때 비로소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1인당GNP 5,000달러 전후를 중산치화사회로 본다면 2000년대
목표를 1,300달러로 상정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현실에서 볼때 중국에서
공산당지배에 도전하는 의식적사회세력이 대두한다는 것은 먼훗날의
얘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공산당 일당지도체제는 경제사회발전에 따라 조직력과 장악력에서
약화되거나 퇴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 장기간 유지될 것이 틀림없다.

결국중국의 정치적 장래문제는 공산당 일당지도체제가 전제되는 제도
내부에서의 견제와 갈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절대적 카리스마를 갖는 지도자의 출현이 어렵게 돼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한다.

중국사회발전의 추세를 볼때 모나 등과 같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등장은
더이상 어려울 것이다.

지금 중국에는 시장경제적 성장과정에서 파생된문제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현안으로 대두,앞으로는 카리스마적 인물보다는 테크노크라트적
인물의 중요성이나 사회적 지위가 부각될 것이다.

또한 중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안정세력으로서 문혁기간중 붕괴됐던
관료체제가 전면 재구축됐고 이는 등이란 카리스마의 소멸에 따라
초래될수 있는 정치불안을 최소화하는데 의미를 갖게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지도체제에 있어서 제4세대의 비중이 급격히 증대됨으로써
이들의 가치관과 정책방향은 앞으로 오랜동안 사회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정권수립초기 "대소일변도"정책하에서 배출된 제3세대 정치가는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는데 비해 문혁전후에 배출된 제4세대는 모의 급진노선을
철저히 배격하는 개혁지향적 성향을 띠고 있다.

특히 제4세대는 가치관 형성기에 천하대란의 문혁을 겪게됨으로써
정치사회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

국가응집력의 기반으로서 공산당지도체제의 유지에도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영역에 있어서는 시장경제체제의 건립등 질적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일당지도체제개혁에 대단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세대들이다.

이러한 제4세대는 정치체제변화를 최대한 견제하려는 등의 지도관점을
장기간 연속시키는데중요한 역할을 해갈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난 78년이래 추진돼온 개혁.개방노선이 포기되거나
역행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의 건립을 목표로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중국
지도층의 기본노선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중국사회갈등의 기본방향도 개혁.보수간의 이념대립이 아니라 개혁의
당위성이 전제된 속도와 방법론상의 대립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의확립이 헌법에 명문화된 것은 지금까지 중국사회에
간단없이 지속되어온 보수.혁신간 이데올로기논쟁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개방정의 등노선은 앞으로도 유지,발전해갈 것이다.

이러한 개혁.개방정책의 진전과 더불어 중국경제체제는 전방위적 혼합
경제체제로 발전해갈 것이며 지역적으로 중국국내와 대외,동부와 남부,
연안지역과 내지,성과 성,현과 현간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해갈 것이다.

초기에 발생했던 제후경제에 의한 할거현상이나 지방보호주의 현상은
시장화개혁의 급진전에 따라 점차 퇴조해 갈것이다.

이상의 몇가지 사실은 향후 중국사회발전의 기본방향을 이룸과 동시에
강주석체제의 장래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의 중국정치는 강주석체제의 장래문제와 긴밀한 관련을 갖는다.

등이후의 중국은 그의 사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수년전부터
준비돼왔기 때문이다.

92년의 14전대회와 93년의 8기전인대에서 이루어진 제2기 강주석체제의
확립은 등이후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등은 자신의 후계체제구축을 위해 정치적으로는 집단지도체제의
확립,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목표로 당정기구를
개편해왔다.

특히 강주석에게 당,정,군의 대권을 장악시킴으로써 집단지도체제운영에
있어서 그가 균형자적 역할을 수행할수 있는 정치적토대를 마련했고 향후
중국정치변화에 변수로 작용할 군부에대한 영향력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조치들이 이루어졌다.

이와같은 권력구조개편이나 상호분업적 집단지도체제의 확립및 강주석의
정치적 위상제고등으로 당분간 권력엘리트간의 합의방식으로 운영되는
강주석중심의 집단지도체제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정치가 등의 카리스마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등의 사망은 중국정치구조에 여전히 심각한 충격파를 몰고올 것이다.

그 반사효과로서 중국사회는 전면적으로 위축되는 과도기적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전술한 것과 같이 등사망으로 기득권층이 경제발전보다는 체제방어
쪽으로 선회할경우 경제적 합리주의에 우선하는 정치우선주의 경향이
출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중국사회의 보수화조짐이 더욱 현실화됨으로써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시장화개혁프로그램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과도기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며 등사망충격에서
벗어날 경우 중국의 개혁.개방프로그램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강주석체제가 등의 후계체제로 공고화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몇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등에 의해 확립됐으나 아직 이론단계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정립하는 문제이다.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를 제도화하는 문제도 간과할수 없다.

등사후 지방에 대한 중앙의 거시적 통제력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구축여부가 앞으로의 중국정치,특히 강주석체제의 장래에
핵심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거시적 통제가 제도화되지 않을 경우 전형적인
종적결합의 사회인 중국의 지역갈등문제는 해결될수 없을 것이다.

상호모순관계에 있는 효율과 공평성의 균형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중국은 국가목표의 우선순위로 설정된 생산력발전을 위해
합리적 차등성에 입각한효율일변도의 정책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발전에 획기적인 성과를 가져다 주었으나 빈부격차,
지역간 불균형발전등 사회주의 체제유지에 부정적인요인들을 초래해왔다.

앞으로 중국정치가 위축되는 경우 공평성의 문제는 더욱부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정부패의 척결문제도 빼놓을수 없다.

중국사회에 출현하고 있는 부정부패문제는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구조적현상으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겠지만
강주석체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부패구조를 일소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와 경제체제간에 심화돼가고 있는 탈절현상의
극복문제이다.

강주석체제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혁은 경제영역에서는 시장화로의
이행을 전제로한 질적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변화를 최소화
하는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정치와 경제간 거리를 벌여놓고 있다.

이는 중국사회의 갈등과 긴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날수 있다.

강주석체제의 성격이나 중국사회의주도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제3,4세대의
정치적성향으로 인해 공산당일당지도체제의 탈피가 전제돼야 하는 정치
개혁은 한계에 부딪칠 것이고 이에따라 정치와 경제체제간에 나타나는
탈절현상의 극복은 다원주의적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성장된 제5세대가
중국사회의 주류세력으로 등장하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