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불교학자 나카무라 하지메(중촌 원)는 "중국인의
사유방법"이란 저서에서 "절충융합적 경향"을 중국인의 특징적인
사유방법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무엇인가 하나를 완전하다고 생각하며 그 밖의
다른것은 불완전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절대로 부정해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중국인들의 절충융합적 사유방법의 밑바닥을 캐보면 한민족의
자존심과 전통을 존중하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 확인된다.

"중화"와 "오랑캐"(이적)의 경계를 분명히 구분해 놓고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워온 중국인들은 외국문화의 가치도 어느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엉뚱한 논리를 편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게된 서진시대에 도교에서는
"노자화호경"을 만들어 노자가 인도에 들어가서 남방 오랑캐들을
교화시키고 석가세존이 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청나라의 학자들은 서양의 천문역술의 진보를 인정하면서도 주나라
말기에 서양으로 피난한 중국역법가의 자손이 발전시킨 것이 서양의
역술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서양처럼 종교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런 중국인들의
사유방법에 유래한다.

한때 불교에 대한 박해가 있었지만 그것은 종교관념에 대한 박해라기
보다는 불교교단이 커져 세속적인 권력을 쥐고 국가를 위협하거나
국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에 대한 국가의 방어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세계육지면적의 15분의1,아시아면적의 4분의1인 960만 라는 광활한
국토에 한족과 몽고.회.장.조선족등 50여개의 소수민족등 11억의 인구가
한나라를 이루고 살고 있는 것도 중국인들의 절충융합적 사유방법에서
나온 통치술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2일 단오절을 맞아 흑용강성 하얼빈시에서 열렸던 제1회 조선민족문화축제
가 중국공안당국의 한국연예인 출연저지로 항의소등을 빚은 끝에 반강제로
중단됐다는 소식이다.

한국인관광객들은 이 지역에만 가면 한민족의 고토에 왔다고 생각해
선구자가 되고 독립운동가가 될뿐아니라 "신라왕도가 서안에 있었다"는
등 섣부른 역사이론을 늘어놓는다.

고토회복운동이나 조선족독립을 부추기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우리의 옛풍속과 인정을 고스란히 보전하며 살고 있는 동족을 돕기는
커녕 해롭게 하는 언행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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