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산업현장 시찰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중인 미 와튼 스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제프리 시한부학장등 교수 6명과 "글로벌
시대 한국경제의 선택"을 주제로 한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양봉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경영박)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로디시 마케팅학과장, 러메어 보험학과장등 워튼스쿨 교수들은
"한국은 경제적으로 이미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
하고도 남을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산업현장 시찰을 통해 확인했다"며 "WTO
(세계무역기구)시대에서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만큼 한국은 능동적인
개방을 통해 경쟁체질을 강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수들은 또 최근 한국정부가 발표한 교육개혁 조치와 관련, "한국학생들은
우수한 자질에 비해 암기식 위주의 단조로운 교육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훈련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아왔다"고 한국계 유학생들에 대한 지도경험을
회고하면서 "어떤 교육제도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며 한국정부가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크게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최근 미.일 미.중통상마찰등 글로벌시대에 고조되고 있는 양자간
무역갈등에 대해선 "다자간 무역기회 균등이라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각국이 기존의 관세는 물론 각종 비관세장벽을 앞서 무너뜨리는등 투명한
제도를 마련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며 "미.일무역마찰은 한국에 있어서
결코 강건너 불이 될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아울러 이번 산업현장 시찰등을 통해 한국기업들의 세계적인
생산능력을 확인하게 됐다며 "한국기업들이 이러한 뛰어난 생산성을 미국
기업들의 앞선 기술력.브랜드.마케팅능력과 결합해 중국등 신시장에 진출
한다면 매우 유익한 과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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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제프 시한 < 부학장 >
레너드 로디시 < 마케팅학과장 >
잔 러메어 < 보험학과장 >
스코트 암스트롱 < 교수/마케팅 >
에릭 존슨 < 교수/마케팅 >
필립 니콜스 < 교수/법규학 >

양봉진 <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경영학박사 / 사회 > ]]]

<>사회=와튼스쿨 교수 여섯분을 한꺼번에, 그것도 한국에서 마주대하게 된
것은 드문 일입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배경부터 들어봤으면 합니다.

<>제프 시한부학장=지난 30여년간 고도성장을 일궈낸 한국경제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해 보자는 취지에서 한국을 방문한 것입니다.

7년전부터 일본을 대상으로 방문교수단을 구성해 매년 한차례씩 일본의
정부.금융기관.연구소와 산업현장을 방문해 왔는데 올해부터 아시아지역에선
두번째로 한국을 방문대상국으로 추가했지요.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의 밑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글로벌
시대 세계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요국가의 경제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글로벌 체제에선 각 국가경제간 상호작용도 훨씬 긴밀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아직도 무궁하다고 봅니다만 그 잠재력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각 국가가 서로가 맡아 할 몫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지요.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 경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일은 학자들로서도 미룰 수 없는 주요 과제의 하나가 됐습니다.

한국은 기업들의 빠른 성장으로뿐 만이 아니라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도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과의 관계에서 비중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이지요.

이같은 한국의 오늘을 경영학자들의 시각으로 직접 살펴본다는게 우리들의
공통된 방한목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사회=여러 산업현장을 두루 살펴보신 것으로 아는데.

<>스코트 암스트롱교수(마케팅학)=지난달 27일 대우중공업.아남산업.한국
유리.동양화학.제일은행.금호전기등 6개기업의 후원을 받아 8일간 일정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대우조선(옥포조선소) 현대자동차(울산공장) 삼성전자(수원 가전공장)
아남산업(서울 성수동공장)등의 산업현장과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공정
거래위원회등 정부 부처, 전경련등 경제단체들을 두루 둘러보고 있습니다.

<>사회=현장에서의 느낌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잔 러메어교수(보험학과장)=교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삼성그룹의 인력개발원을 둘러보았습니다만 수만명의 임직원들을 끊임없이
재교육하는데 엄청난 자금과 인원을 투입하고 있더군요.

이게 한국경제의 저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글로벌화와 더불어 세계 경제와 산업이 전문화 첨단화의 길을 달리고 있는
만큼 기업의 성패는 얼마나 신축적이고도 유연하게 인력을 재교육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시한부학장=옥포 조선소와 울산 자동차공장등을 둘러보고 직감했습니다만
한국은 이미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회원국에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의
산업경쟁력을 갖추고 있더군요.

대규모 첨단 생산시설을 효율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조선 자동차등 중화학
단지들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암스트롱교수=한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 매우
효율적으로 협력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정부는 기업들에 세제 금융등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해오지
않았습니까.

단적으로 종합소득세 시행을 아직껏 보류해 오고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한마디로 민.관간의 협력메커니즘이 아주 유기적인 요소가 돼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회=한국의 OECD가입은 환영할 일이지만 OECD 가입에는 부담도 따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OECD 가입에 따른 득과 실을 저울질해 본다면.

<>필립 니콜스교수(법규학)=무엇보다도 글로벌시대에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또 선진국들만의 모임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세계경제를 리드하는
주요국들의 정책사안등에 관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뿐만 아니라 우루과이 라운드처럼 세계경제 전반의 질서를 좌우하는
다자간 이슈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도 있게
되겠지요.

수치상으로 한국에 부과되는 가입비용은 물론 금융세제산업정책 등 각종
경제제도와 시책을 OECD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정비하고 한국내 시장을 보다
개방해야 하는 등 상당한 부담을 안아야 하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 관한 한 이런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이미 OECD 가입에 필요한 정도의 제도정비나 시장개방은
대부분 완료됐거나 완료단계에 있기 때문이지요.

가장 까다롭다는 금융시장의 경우도 단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의 개방을
해나간다는 청사진을 밝혀놓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한국에 와서 더욱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만 한국에 있어 OECD가입은
제약보다는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더구나 한국은 기존 OECD회원국들과 겨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인력
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고 봅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으로 맞게된 무한 개방시대엔 역시 우수한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의 중요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
이지요.

<>사회=인재양성이 한국의 경쟁력에 공헌했으리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 점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교육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교육개혁안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교육개혁안은 기존 대학입시제도와 고교교육 커리큘럼을 대폭 수정/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인력들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상당수 우수인력들은 최종 학위과정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밟고 있습니다.

한국 제자들을 적지 않게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보고 느낀 소감은 어떤
것인지.

<>레너드 로디시교수(마케팅학과장)=우선 긍정적인 측면부터 말씀드리지요.
한마디로 매우 영리합니다.

게다가 공부에도 아주 열심이고요. 이런 점은 제가 지도해본 한국학생들
이라면 박사과정이건, 석사코스건, 또는 학부생들이건 거의 예외가
없었습니다.

반면 한국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애를 먹는 것중의 하나가 한.미간의 문화
차이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문화충격(culture-shock)을 심하게 느끼는 편이라고나 할까요. 관습의
차이를 쉽게 극복하지 못해 초기에 매우 고생하는 한국 학생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케팅은 상호 대화와 작용을 통해 발전되어가는 분야이기 때문에
문화충격을 소화해 낼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한국 학생들이 개인적으로는 우수하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교육제도 자체가 그렇게 만든 것은 결코 아니라는게 우리 한국사람들의 인식
이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개혁안을 만들어 발표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고
봅니다.

<>시한부학장=미국 신문에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만 한국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 두 과목에서 한국학생들이 1위를 기록한 반면 미국학생들은 12위에
그쳤다는 보도도 있었지요.

그런 한국학생들에게 "당신은 한국에서 받은 교육만으로도 그렇게 우수한
성적을 내는데 왜 미국에까지 유학을 왔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한국
에서의 교육제도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한국 학생들의 설명인즉 "우리는 수학과 과학을 이해하는게 아니라 공식을
외우는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암산을 할줄 아는 로봇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는 학생
들도 적지 않습니다.

창의성을 발휘한다든가, 유연한 사고력을 기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교육제도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지요.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