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런 가운데 역사가나 철학가들은 전쟁이 비참한 평화보다 낫다거나 전쟁의
목적이 평화에 있다는 따위의 말로 전쟁을 합리화시키려 했으나 전쟁은 결국
악한 소수보다는 선한 다수를 죽음과 비참함에 빠뜨리는 것 이외의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전쟁이란 부족이나 종족, 민족이나 국가, 종교나 이념의 갈등에서 비롯
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인 공격 내지는 파괴본능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여기에서 전쟁은 인간의 영원한 탐구대상이 될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예술의 주된 테마가 되게 된것도 그때문이다.

전쟁예술은 프로이이전쟁 영웅들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그린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다드"에서 시작되었다.

그뒤 수많은 전쟁예술작품이 나왔지만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반전예술
사조가 정착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 제1,2차세계대전과 월남전등 대량살상
의 참화를 겪으면서부터다.

1차대전당시 인도주의적 입장에 선 로망 로랭의 "전화"에서 비롯된 반전
문학사조는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 세르만 헤세와 케자르 파바제의
반전시, 안나 제게르스의 "제7십자가"등 2차대전당시의 많은 반전작품,
월남전을 계기로 미국에서 성행된 반전문학으로 이어졌다.

그와 더불어 20세기 대중예술의 총아로 등장한 영화에서도 반전사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최초의 전쟁영화이자 반전영화는 1926년 첫 상영된 라울 윌시 감독의
"명예의 대가는 무엇인가"다.

로랜스 스탤링과 맥스웰 앤더슨의 희곡에 바탕을 둔 무성영화였다.

그뒤 1차대전이 남긴 불후의 명작의 하나인 E M 레와르크의 소설을 명화한
"서부전선 이상 없다", 어윈 쇼의 2차대전 배경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젊은 사자들", 월남전을 소재로 한 "귀향" "디어 헌터"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등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파괴와 황폐화를 묘한 작품들이 상영되어
반권의식고취에 기여했다.

때마침 외세가 만들어낸 보스니아비주을 고발한 반전영화 "언더그라운드"가
칸 영화제 황금종래상 수상을 계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인간이 유고슬라비아의 다민후국가성립, 2차대전, 티토시대의 냉전,
베를린장벽붕괴 여파로 일어난 유고슬라비아의 해체와 보스니아전쟁을
겪으면서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지구촌이 된 오늘의 세계에서도 민족과 종교의 갈등이 영원한 숙제가 될
것임을 경고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