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고도의 기업형태를 말한다.

국내 증권사는모두 주식회사다.

형식적으론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전담하고있다.

그러나 소신있는 경영을 펼쳐 나름대로 회사를 키우며 명맥을 유지해온
사장들은 오너와 어떤 형태로든 끈을 대고있다.

그렇지못한 사장들은 능력에 관계없이 단명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경영환경이다.

국내 증권산업의 경우 역으로 오너와 특별한관계 에 있어야만 소신껏
경영할수있다는 논리가 오히려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꽃이라는 증권산업분야가아직 후진적이다고 말할수있다.

적어도 소유와 경영구조면에서는 말이다.

모든분야에서 항상 국내 최대증권사란 접두사가 빠지지않는 대우증권의
오늘은 김창희사장을 제쳐놓곤 생각할수 없다.

83년 대우증권전신인 동양증권과 파산지경에 처한 삼보증권을 합병해
일약 선두업체로 발돋움시켰으며 12년이상 줏대있는 경영으로 자기자본
1조의 매머드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사장이력의 이면에는 그룹총수인 김우중회장의
후원을 빼놓을수 없다.

연세대 상경대 동기동창인 김회장은 필요할 때면 자신의 군단을
총동원해 강인한 김창희사단을 만들었다.

아니 특별히 도와주지않아도 음양으로 그룹의 후광을 받았다고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룹회장과 사장이 연대출신이다보니 그대학출신들에게 일할수 있는
기회가 더많이 주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않다.

그룹덕에 덩치가 커졌지 내실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때론 듣는다.

지난 80년부터 15년째 대유증권사장을 맡고있는 배창모사장은 오너의
장남인 이상은씨(91년 타계)와 서울상대동기간으로 오너를 친부처럼
따르며 소신있게 회사를 경영해왔다.

황해도출신으로 종로3가에서 포목상으로 자수성가한 친구아버지로부터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으며 장수사장의 길을 걷고있다.

배사장의 경우 직원들이 결제를 올리면 수치까지 바로잡아줄 정도로
꼼꼼하지만 사업계획을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기질 또한 갖추고 있다.

투신업진출을 위해 연초 중앙투신의 지분확보에 나선 것등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이같은 기질은 오너의 두터운 신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한진증권 송영균사장은 장인인 민유봉씨가 창업한 유화증권에서 둥지를
트고 지난 91년 한진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23년째 장수사장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한진으로 옮긴 것은 물론 무난한 경영능력을 평가받은 것이지만
동생인 송영수한진중공업사장과 한진그룹 조회장의 모친과 친분있는
어머니의 공이 컸을 것이란게 증권가의 풍문이다.

현대증권의 김동윤사장은 60년대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의 비서로
근무했던 부인이 다리가 돼 현대가족으로 영입된게이스.

미국유학에서 돌아와 부인인 최은주씨가 모시던 정회장에게 우연히
인사하던 자리에서 정회장이 "자네, 직장은 잡았는가"라고 물으면서
현대와 연을 맺게 됐다.

그런가 하면 대신증권의 이준호사장은 문교부장관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박황사건으로 물러났던 양재봉회장이 권토중래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것을 계기로 양회장의 자상한 보살핌을 받으며 대신증권을
경영하고있다.

또 같은 회사 이동표부사장은 오너인 양회장의 조카사위로 회사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있다.

사장이 오너와 특별한 관계가 없을 경우 으레 이사진에 오너의 친인척이
한두명씩 실세로 포진해있고 친인척을 중심으로 파벌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럴경우 직원들간의 불화가 끊이질않고 회사는 내리막길을 걷는게
예사다.

오너와 별다른 유대관계가 없는 경우 쌍용의 명호근사장처럼 영업맨으로
나서 회사에 실익을 안겨줘야 그나마 자리를 지킬수있다.

그렇지않으면 직원들로부터 얼굴마담이란 소리를 들어야하는게 업계의
현실이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