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들중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을 꼽는다면 단연 아이와다.

다른 기업들은 불황과 엔고로 울상을 짓고 있지만 아이와에게만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아이와는 올해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35.4%와 49.1%나 급성장했다.

전해에 매출액이 10% 이익규모는 1백20%이상 늘어났던데 이어 호황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와가 독야청청 상승가도를 줄달음할 수있는 비결은 간단하다.

이회사는 상품의 대부분을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등지에서 생산해 해외
생산비율이 85%선에 달하고 있다.

원가절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품조달 연구개발 보수부품센터등도
현지에 설치하고 있다.

아이와의 성공은 제2의 아이와를 지향하는 기업들을 양산하고 있다.

엔고상황에서는 해외생산이 최고의 적응비결임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소니의 경우 현재 40%에도 미달하고 있는 해외생산비율을 96년말까지는
50%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히타치제작소도 현재 60%를 밑도는 이비율을 내년도까진 70%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파이오니어는 5만엔이하의 품목은 모두 해외서 생산하고 국내에서는
고급품만을 만들기로 했다.

자동차역시 국내생산은 4년연속 감소했지만 해외생산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심지어는 전형적 내수산업으로 꼽히는 제지업체들도 내년부터는 해외생산을
시작키로 했다.

후지쓰가 플래시메모리조립을 올해중 말레이시아로 옮기기로 하는등
고부가가치산업의 이동도 시작됐다.

일본의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는 4백11억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14.2%가
늘어났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의 투자가 많아 급격한 엔고를 의식한 거점만들기 투자가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대아시아투자는 전년대비 47% 증가한 97억달러에 달해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언론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중 이미 해외생산거점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전체의 61.1%에 달한다.

동아시아에 거점을 가진 기업은 전체의 54%에 이르렀다.

이중 3분의 1은 엔고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91년이후 동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신증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시아에 14개의 거점을 갖고 있는 산요전기는 11개를, 미쓰비시전기는
21개동아시아거점중 6개소를 91년이후에 개설했다.

더구나 앞으로의 신증설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38.2%에 달했다.

그중 4분의 3은 이미 거점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일본전체로 볼때도 해외생산비율은 91년 6.0%에 그쳤으나 92년엔 6.2%
93년엔 7.4%로 각각 늘어나고 있다. (95년 통상백서)

최근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지난해엔 이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 틀림없고
두자리숫자로 들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해외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지난해 15.9%를 나타낸
해외생산비율이 96년엔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수출입
은행조사)

해외생산은 기업들에게는 환경적응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러나 생산활동에 따른 부수효과를 국외로 유출한다는 점에서 나라전체적
으로 본다면 마이너스의 면이 대단히 크다.

예를들어 마쓰시타전기는 아시아지역에 7만명 소니는 3만4천명의 종업원을
각각 고용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고용기회가 그만큼 박탈당했다는 얘기도 된다.

부품업체들도 납품할 곳이 줄어들어 역효과는 이중 삼중으로 확산된다.

이의 영향으로 국내민간설비투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89엔이 투자된 91년까지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92년엔 85조엔
93년엔 74조엔선으로 줄었다.

지난해도 10%이상 감소한 것이 확실시되고 올해도 마이너스추세가 계속될
것이란게 일반적 분석이다.

노무라연구소의 유명경제평론가인 로버트 쿠씨는 "해외진출로 기업들은
무사할 지모르지만 나라경제는 소리없이 멍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정부가 95년판 통상백서를 통해 국내산업의 공동화에 대한 위기감을
처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이제 우려를 낳는 수준까지 와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