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 경북대 교수/경제학 >

미일경제마찰은 한국에 엄청난 기회를 줄수도 있고 엄청난 재앙을 줄수도
있다.

우리는 미일경제마찰구조를 꿰뚫어 보면서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세워야할 것이다.

미일경제회담을 미국측에서는 framework "talks"라고 한다.

미일경제관계를 기존 틀속의 게임의 차워니 아니라 특 그자체를 바꾸려고
하는 회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같은 일본에서는 "포괄협의"로 번역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것을 포함하면서도 초점을 흐리게 하는 표현이다.

일본측에서 "포괄협의"로 표현하는 것은 그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은 전략이
있어서이겠지만 한국에서도 덩달아 일본식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무엇때문
일까.

일본식표현을 쓰는데서 이미 일본적시각과 전략에 말려들어가고 있는것은
아닐까.

미국이 일본에게 자동차수입의 "수량목표"를 요구하고 있는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것은 과거 미일회담에서 미국 반도체의 수입을 일본시장의 20%로 수량
목표화한 것이 이은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일본은 "수량목표"요구는 관리무역으로 연결되는 것이므로
수용할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여기에 대하여 한국정부와 업계는 미국의 압력을 부당한것으로 보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일본정부에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수량목표요구와 그것을 관리무역이라고 하는 일본의
반발을 보고 그표면적인 명분논리에 잡히지 말고 그이면의 구도를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일본경제는 거시적으로 총생산을 총소비로 흡수할수 없는 제도적 메카니즘
을 갖고 있다.

구미자본주의는 오늘날 기본적으로는 대량생산을 대량소비로 흡수하는
매크로균형으로 식민지없이도 성장을 계속할수 있게 되었다.

식민지주의를 케인즈적재정금융정책이나 EU와 같은 광역분업체제로 대체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자본주의는 대량생산을 국내의 대량소비를 흡수하지 않고 그
갭을 외국에 전가시켜 일방적으로 무역흑자를 거둬가는 구조이다.

여기에 일본의 전국민을 취업시키기 위하여 한계산업이하의 산업까지 규제
나 보호에 의하여 유지함으로써 원.셋트산업구조를 이루고 있다.

무역흑자가 일방적으로 증가하는 경우 고정환율제라면 블럭화로 가겠지만
변동환율제하에서는 엔고로 나타난다.

엔고가 되면 요소비용의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을 잃게 되어 무역흑자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엔고가 되어도 수출이 줄어들지 않는다.

요소가격의 증가에 따른 가격상승요인을 경영합리화와 임금의 상대적 감소
혹은 하청업자나 국내소비자에게 전가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소위 일본산업의 경사구조 그자체가 엔고흡수의 여과장치가 되면서 수출을
계속 촉진하는 받침대역활을 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던 미국이던 일본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가격원리가 아니라 "나까마"(중간)원리에 의하여 지배되는 일본
사회에서 진입노력은 한계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이런상황에서 환율정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수량목표"같은 것을 전략으로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수 있다.

구미처럼 국제수지가 환율이나 수요가격에 의하여 조정되는 메카니즘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수량목표"는 필요없으며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메카니즘이 결여되어 있거나 매우 미약한 일본의 경우 "수량
목표"라고 정하여 그 목표를 기준으로 일본경제의 틀 그자체를 바꾸어야 할
형편이다.

이경우 수량목표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경제의 새틀짜기
소비자주권을 기반으로 가격원리가 지배하고 산업구조조정으로 국제분업이
가능하게 되는 구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내에도 내수주의형구조개혁을 주장하는 측에서 미의 요구와는
다른 차원에다 수량목표를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일본관료들이 수량목표를 관리무역의 일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표면적 명분에 불과하다.

이 명분을 내세워 한국의 단순한 경제관료들이나 바그와티같은 순진한
경제학자들을 끌어들이면서 그 이면에서는 일본 생산자주권의 낡은 츨을
유지하려는 보수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은 간단히 일본에 동조해 미국으로부터 한통속이라고 밉보여
대리매를 맞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수량목표가 노리는 일본경제의 새틀짜기 목표에 적극 동조, 미국과
보조를 같이하고 방법에 대해서는 혹 의문을 제시하여 일본을 끌어들이는
길도 있을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엔고가 될수록 내외가격차가 확대되고 그럴수록 "경제대국=생활소국"
이라는 모순에 허덕이는 일본의 소비자들은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일종의 한미 그리고 일본의 소비자주권운동의 연합구도이다.

아뭏튼 미일경제마찰에 새우등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인 조정자역활로
어부지리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엔고가 80연대로 접근하자 일본기업의 해외진출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공동화현상이라고 야단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살이다.

또 해외진출러시가 더욱 확대된다고 할지라도 연구개발부분이나 핵심공정
부분은 나가지 않을 전망이다.

공동화가 되면 될수록 일본소비자는 해외로부터의 값싼 수입품구입으로
복지가 증가할 것이며 일본산업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특화하면서 효율성을
올려 결국 아시아지역의 수년분업이 촉진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동화는 모두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우리는 강조해 왔다.

문제는 일본산업의 공동화가 너무 늦게 진행되는 것에 있으며 그 빈자리를
한국산업이 메꿀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기업이 일본하청업휴론부터 조달하던 설비나 부품등이 한국에서 조달
하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의 가격차이가 유지되어야 한다.

일본시장개방을 위한 한미공동전선의 형성은 한국의 기술력향상과 원화
절상속도 조절과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일본이 70년대후반부터 80년대전반에 일본산업이 공동화된 빈자리를
메꾸어 나가면서 일본산업의 허리를 부여안을수 있는 역사적 전기를 맞고
있다.

미일경제마찰의 와중에서 한국은 수동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감을 살수 있는 한미일간의 새틀짜기전략을 적극 펼쳐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장대한 통상전략이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