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호황인데도 자금시장의 경색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아니 풀리기는 커녕 일부 건설업체와 중소기업들의 부도소문이 끊임없이
떠돌아 팽팽한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최근의 잇따른 부도사태로 혼줄이
난 금융기관들은 더욱 몸을 사리며 신규대출을 꺼리고 있다.

특히 일부 투금사들은 신용이 좋은 중견 기업들에 변칙적으로 건네준
초과대출을 회수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중견기업들의 돈줄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주가가 올해들어 연일 최저수준을 맴돌고있고 회사채 유통수익률
이 연 15%에 육박하는데도 회사채 발행수요가 엄청나 직접금융을 통한
기업자금조달이 매우 힘든 형편이다.

요즘처럼 경기 수출 고용등 경제의 근본여건( fundamental )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돈이 잘 돌지 않고 신용공급이 위축되는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논의된 바로는 실물경기의 양극화및 부동산경기의 안정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등 일부 잘되는 업종만 되고 내수업종과
경공업쪽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화 반도체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의 설비투자를 추진하는 바람에 자금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몇년동안 부동산경기가 상대적으로 안정된데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전격적인 시행으로 건설업계의 고민도 적지 않다.

미분양 아파트수가 모두 12만가구에 육박하고 있고 부동산거래마저 뜸해
수조원의돈이 묶여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어음할인을 활성화하고 미분양대책으로 5,000억원의
특별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주택건설업체에 할부금융업을 허용하는등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대책들이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만아니라 별로 효과도
없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어음할인이나 5,000억원의 특별자금지원은 담보없는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주택건설업계는 자본금의 10배까지 채권발행을 할수 있다는 점에서
할부금융허용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주택수요확대는 물론이고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가능성 마저 상당히 회의적이다.

건설업체와 중소기업이 많이 이용하는 사채의 양성화를 위해 대금업
허용이 검토되고 있으나 부작용이 적지않다.

건설업계가 요구하는 어음할인허용도 금융기관이 꺼릴뿐아니라 면허
개방이후 업체난립으로 어음발행규모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처럼 경기가 좋아지면 두루두루 돈이 도는 것도 아니고 맨땅에
말뚝만 박고 분양공고내면 떼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가격파괴바람으로 유통업계가 재편되고 있고 전속대리점대신 양판점이나
딜러제도가 등장할 전망이다.

자금시장과 실물경기의 괴리는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이같은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로서 안정성장의 정착과 금융시장의 효율화만이 해답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연쇄부도나 지나친 투자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
통화당국이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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