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출범과 내년의 유통시장개방으로 국내유통산업은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놓여있다.

유통업의 체질개선과 마케팅력 향상및 광고의 과학화가 개방화시대의
당면과제가 되고있다.

학계에서도 산학협동을 통해 각종 프로젝트를 맡아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의 조관수교수(62)는 마케팅학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광고학회장을 맡아 이론적 연구를 뒷받침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조교수는 서울대법대를 졸업한뒤 미국 UCLA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원
을 수료하고 귀국, 성균관대에서 경영대학원장 경상대학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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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통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우리의
유통업은 어떤 수준입니까.

<> 조교수 =소매업이 낙후돼있고 영세성을 면치못하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중간단계인 유통부문이 취약해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병목현상을 보이고있지요.

우리의 경제력과 국토면적 인구등을 감안할때 소매업의 점포수는 많으나
규모가 영세한 과다과소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국내 소매업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습니까.

<> 조교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자본으로 운영하는 점포가 많지요.
다시말하면 실업흡수와 연결된 생계유지형 점포가 주류를 이루고있어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품점포가 소매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것도 국내 유통업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유통업이 안고있는 문제는 어떤 것입니까.

<> 조교수 =소매점을 중심으로 볼때 경영의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따라서 비생산적이고 비능률적인 점포경영이 허다합니다. 규모가 작아
경제성을 추구하는 것도 어렵지요. 점주의 의식구조도 전근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업체는 유통부문이 취약하다보니 컨트롤할수 있고 규모를 갖춘
도매상을 두게되고 그만큼 유통의 다단계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됐습니다.

유통마진이 비대해지는 것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않는
것이지요.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통업이 낙후된 원인은 무엇입니까.

<> 조교수 =정부도 제조업에 주안점을 둔 정책을 펴왔고 유통업은
소비를 조장하는 산업으로 치부돼왔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유통업을
근대적 비즈니스로 인식하기 어려웠습니다.

유통업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수준이 낮았다고 할수 있겠지요. 이런
분위기에서 생산부문으로 자본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자본이
상업부문으로 투자되기는 어려웠던게 국내 현실입니다.

유통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조업과 동등한 수준에서 정책지원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 선것도 최근의 일이지요.

-제조업우위의 산업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수 밖에 없는 여건이
지속됐다고 볼수있겠습니다.

<> 조교수 =메이커의 유통업지배력이 강한 것이 우리 산업구조의
특징입니다. 생산자가 주도하는 유통시스템인 셈이지요.

생산자가 유통부문을 좌지우지하면서 상품을 파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제조업중심의 정책이 낳은 결과이지요.

-이제는 여건이 달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제조업과 유통업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떻게 전개돼야 할까요.

<> 조교수 =메이커가 주도하는 유통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
이지요. 정부가 유통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내놓고있는 배경도 바로 이런
환경의 변화에 대응키위해서는 기존의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유통업의 파워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자 주도의 유통시스템에서 생산자 소비자 도매상 소매상이
균형을 이루는 다원적 유통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통혁신방향은 무엇입니까.

<> 조교수 =소매업혁신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연쇄화 셀프서비스
디스카운트라고 할수 있습니다.

작은 것끼리 협업화해서 힘을 키우는게 연쇄화이고 이를 바탕으로
메이커의 가격지배력에 맞설수 있어야 합니다.

소매상간의 가격경쟁도 필요하지요. 소매상들도 큰것이 생기면서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유통정책이란 것이 없지만 연쇄화를 유도한 것이 유일한
정책적인 간섭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종합도매상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 조교수 =메이커마다 독자적인 대리점체제의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계열화경로가 너무 많습니다.

물류비 관리비등의 부담이 커지는 비능률적인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습니다. 이제는 과감하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메이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봅니다.

종합도매상 체제로 가면 메이커에도 이득이 됩니다. 종합도매상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가격파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 조교수 =외국의 가격할인업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요. 그만큼 유통업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궁극적으로 메이커도 상품의 공급기회가 많아지게 됩니다. 미개척분야
이고 대기업의 유통업진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장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겠지요.

-고객만족도 유행인데요. 그동안 소비자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못한
것 아닙니까.

<> 조교수 =소비자는 왕이라는 인식이 낮았던게 사실입니다. 소비자
지향이나 소비자만족이 마케팅의 기본이념이지만 소비자를 등한시해왔지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앉아서 팔수없는 시대가 도래하니까 제대로
고객만족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소비자만족없이는
기업이 존립할수 없게 됐습니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면 기업이
살아남을수 없는것 아닙니까.

-소비자의 자세도 달라져야겠지요.

<> 조교수 =소비자가 권리를 찾으려면 자각도 필요합니다. 극성적인
게 우리 소비자의 특징이지요. 또 소비수준도 높습니다.

소비자 스스로 기업이 양질의 상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내놓도록
유도하고 견제할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소비자운동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소비자의 감시기능과
선도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스스로 자기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소비자의식이나 시장상황 조사에 관한 국내기업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나요.

<> 조교수 =대체로 조사연구투자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아직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갖고있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기업들은 막대한 조사비용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효율적인 판촉전략을 수립할수 없지요. 고객만족에
대한 조사도 중요합니다.

조사전문회사들도 고급인력을 확보해 권위와 신뢰성을 갖추어야
하는것은 물론입니다.

-국내기업들의 마케팅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 조교수 =대기업의 마케팅은 국제수준에 와있는 것으로 봅니다.

마케팅에 대한 사고방식도 선진화됐고 교육이 강화되면서 이론적인
뒷받침도 빠른 속도로 국제수준에 접근해 있습니다.

다만 미시적인 기업마케팅은 발전했으나 사회국가적인 거시적 마케팅은
연구가 부진한 실정입니다.

미국같은데는 유통정책이 별도로 없으나 우리나라는 정부가 유통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것이 다릅니다.

따라서 미국에는 커리큘럼이 없지만 국내에서는 사회국가적인 거시적
마케팅에 관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는 실정이지요.

-세계화시대에 국제적인 마케팅능력도 중요할것 같은데요.

<> 조교수 =전반적으로는 자체브랜드 수출기반이 약해 해외시장에서의
마케팅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유브랜드 수출이 늘어나면서 마케팅력이 향상되고는 있습니다. 주문자
상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수출시장이 불안정할수 밖에 없지요. 자체
브랜드로의 수출기반강화와 마케팅력 향상이 필요합니다.

-산학협동은 잘 돼가는지요.

<> 조교수 =학계에서 프로젝트를 많이 맡고 있습니다. 학계에선 현실을
인식하고 현장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고 기업도 학계의 연구활동을
배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장환경의 변화로 마케팅력과 함께 광고수준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 조교수 =국경없는 무역으로 수입품이 넘치고 공급도 확대돼
공급자시장이 구매자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업이 상품을 팔지못하면 존립할수 없게 됐습니다. 상품만이 아니고
광고시장도 개방된만큼 광고의 국제화가 중요해졌습니다.

광고업계 스스로 경쟁력에서 이길수있는 힘을 가져야 하지요. 물론
국제화에 걸맞는 규제완화가 있어야 합니다.

광고심의도 보다 자율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유통근대화시책은 어떻게 전개돼야 할까요.

<> 조교수 =유통근대화가 대형화 일변도로 편중돼도 안되고
중소상인보호도 감안돼야 합니다. 그만큼 유통정책수립이 어렵습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도록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과 조화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대담=심상민유통부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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