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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학영 <산업1부기자>

이희종사장(63)은 서울대 통신공학과 출신으로 그룹내의 대표적인
"기름때묻은 전문경영인"으로 통한다.

그런 배경때문인지 LG산전 사장만 87년이후 9년째 지키고 있는 업계
최장수사장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후 국방부 과학연구소와 체신부 전무국등에서 일하던중 매형인
구자학 LG반도체회장의 권유로 62년 금성사(현LG전자)에 입사, LG와 인연을
맺은지 올해로 34년째다.

입사후 줄곧 작업복을 입고 기계와 씨름만 해오던 그가 경영자로 "변신"한
계기는 참으로 우연스럽다.

금성사 근무시절이던 74년 "최고제품만을 만든다"는 그의 자부와 달리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데 "격분"한 그가 박승찬사장(당시)에게 왜 장사가
안되냐고 따지자 박사장이 "그러면 당신이 한번 해보라"며 영업을 맡긴것.

"엔지니어와 경영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고정관념은 산업사회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가 거대해질 LG산전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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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산전이 오는 19일 임시주총을 연다.

오는 9월1일로 예정된 그룹계열 금성계전과 금성기전 흡수합병 방침을
확정짓는 마지막 "통과의례"를 치르기 위해서다.

이로써 LG산전은 국내 기업초유의 3개상장사 합병을 주도하면서 연간 외형
1조5천억원의 거대기업으로 도약, 국내 산전업계에 대형화 바람을 몰고올
전망이다.

-합병작업을 이끌어오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계전과 기전은 일본업체와의 합작기업인 만큼 다소 진통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일본측 합작선이 합병취지를 잘 이해해 줘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후지전기와 미쓰비시전기가 합작업체들인데 "일본에서도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끼리 합병하는게 대세다.

합치는게 경쟁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며 흔쾌하게 동의를
해 줍디다"

-합병되는 LG산전에서 후지전기와 미쓰비시전기의 지분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많지 않아요.

한 2~3%정도나 될까요.

그렇게 되면 이들 일본회사는 LG산전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일반주주로 남게 됩니다"

-합병후 LG산전의 외형은 어떻게 달라지는지요.

"자본금 1천18억원, 종업원 9천7백명, 매출 1조5천억원으로 덩치가 커지게
됩니다.

또 창원 인천등 전국 6개도시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게 되고 해외 12곳의
해외거점을 갖추는등 산전업계로선 최대.최적의 사업기반을 구축하게 되고요.

내부적으로는 사업구조를 고객.기술별로 5개 사업그룹으로 재편할
작정입니다"

-사업구조를 어떤 식으로 재편하실 것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각 사업장별로 제품을 특화시켜 역할을 분담시킬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LG산전의 창원공장과 금성기전의 인천공장은 현재 다같은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병후에는 고속.저속, 또는 표준형.비표준형등으로 생산기종을
나누어 특정분야에만 생산을 특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요"

-3사간에 중복되는 업무가 꽤 많았던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합병을 단행키로 한 것이지요.

뒤집어 말하면 합병을 통해 이런 비효율을 제거해 시너지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겠지요.

예컨대 생산시설을 공유하고, 모델을 통일하고, 중복돼온 R&D(연구개발)를
해소하고, 본부기능을 통합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얘깁니다"

-합병에 의한 반사이익 못지않게 내부정돈등 합병후 해결해나가야 할
어려움도 적지 않을텐데요.

"큰 걱정은 않습니다.

3사통합 원칙은 벌써 2년전에 결정된 것 아닙니까.

그간 각사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합병에 대비한 준비를 상당기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적응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또 합병이후의 회사발전 청사진을 최고경영진이 마련해 하부에 시달하는
톱다운( top-down )방식으로 하지 않고 현업 실무자들이 건의해 마련토록
하는 바텀업( bottom-up )방식으로 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군요"

-바텀.업으로 마련한 청사진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핵심기술을 강화하고 글로벌수준의 자체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2000년이전에 세계 톱5위권에, 공장자동화(FA)사업은 톱10위권
에 진입하겠다는 것이지요"

-합병후 중점적으로 추진하실 사업분야는 엘리베이터와 FA라는 말씀이군요.

"물론입니다.

FA와 엘리베이터등 빌딩설비사업을 향후 사업전략의 양축으로 삼을 겁니다.

이 두 부문엔 매출액의 5%이상씩을 R&D(연구개발)로 쏟아부을 작정입니다.

FA는 물류자동화와 로봇 PLC(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등의 자체기술
개발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둘 생각이지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주차설비등 빌딩설비사업은 속도및 컨트롤러분야
연구개발에 중점을 둬 해외 고급기종 시장을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중저가 기종위주로 동남아시장에 주로 수출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중남미 유럽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할 것이란 말씀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