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 공동기획 ]]]


조르즈 우르 < IMD 교수 >


일본이라는 무대에서는 기술집약적인 회사가 아니면 각광을 받지 못한다.

일본기업은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동시에 기술에 투자한 만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데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일본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기술투자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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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서구인들의 평가는 변덕스럽다.

현재는 일본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둔화되고 있고 중국경제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기업은 기술개발투자에 적극적이며 그 결과 기술력을 더 높이고
있다.

이런 일본기업의 노력과 노하우에 대한 재평가가 곧 이루어 질 것이다.

일본기업의 R&D(연구개발)투자액이 지난92년도에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일본기업은 신기술상품을 시장에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경영기법을 활용한다.

최근들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성과가 오랜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부문에 대한 투자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순이익중 적지 않은 비중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용도로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한 예로 히타치는 최근 도쿄 근처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 회사는 더블린과 케임브리지에도 연구센터를
세웠다.

이들 센터는 15~20년이 걸려야 신상품이 나올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연구한다.

일본기업의 산업생산성은 점진적인 향상을 뜻하는 "개선"이라는 정신속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서구기업의 엔지니어는 단번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이런 돌파구 찾기는 종종 성공할 수 있지만 상업적인 성공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초전도 세라믹 물질의 특허권 신청이 일본에서는 4천2백77건이나 되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1백55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일본식 경영기법인 "개선"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현재 제품기획 공정 서비스의 개발에서 "개선"과 급진적인
서구식 경영기법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기술집약적인 중견기업의 모임인 "쓰쿠바리서치
컨소시엄"이 탄생했다.

일본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을 "테스트 마켓"에 갑자기 풀어놓는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산업및 가전산업에서 과거와 다른 시장공략법을 구사하고 있다.

마쓰시타의 경우에는 자사의 최신 캠코더를 도쿄 아키하바라시장에 풀어
놓고 소비자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만약 판매가 부진하면 대리점에서 제품을 신속하게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테스트 마켓을 통해 얻은 교훈이 차세대 제품을 만드는 지침으로
활용된다.

과학기술청은 일본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과학기술청은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도쿄 근처의 쓰쿠바 과학도시를 설립하는데 있어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과학도시에 근무하는 연구진은 약12만명이다.

과학기술청은 연구프로젝트를 주관할 수석연구원을 선별하는등 사실상
강력한 인사권을 가지고있다.

장단기 연구프로젝트를 둘러싼 기업 또는 연구인력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의 최고경영자들이 장기비전설정에서 기술부문을 제일 중요한 변수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일본기업들이 기술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게된 한
요인이다.

소니사는 모범적인 기술혁신 사례를 전시하는 과학박람회를 매년 개최한다.

이 박람회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참가해 기술자에게 직접 최근의 기술발전
동향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자동차와 가전산업에서는 이미 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현재는 제약산업에서도 기술이 결정적인 경쟁력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제약산업의 경우 화학산업의 노하우나 "발효"라는 양조기술등이 신약을
개발하는 기초연구자료 역할을 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의약품 소비시장이다.

상당한 양의 의약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신약시장에서 일본 생산품의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제약회사들은 경기가 악화돼 적자가 예상될 때에도 좀처럼 기술투자를
멈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본기업은 기술개발에서도 고객의 기호를 충분히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가오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충실한 일본기업중 하나이다.

가오사는 매출규모가 50억달러정도 되는 정밀화학 및 화장품 회사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스스로 정보회사로 착각할 만큼 고객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가오사는 매년 5만통의 고객전화를 접수한다.

이들 고객전화가 저절로 가오사에 시장의 반응을 조사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객전화가 전달해준 시장정보는 전국적인 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집된후
세밀한 분석과정이 뒤따른다.

이 고객정보 분석자료는 가오사가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디자인할때 지침서
역할을 한다.

일본의 유수 자동차회사들도 가오사와 비슷한 "고객의 소리 듣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기획부서는 일본기업이 기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획부서는 기술과 사업 두 부문에서 경험이 많은 고참 엘리트로 구성된다.

기획부원들의 중요한 역할은 여러 사업부문 및 제조공정의 R&D투자 결과가
회사의 중심 사업전략과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히타치 마쓰시타 소니 신일철등은 부서간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 놓았다.

이런 기업들은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고 수년간에
걸쳐 획득한 기술력과 회사의 기본전략을 결합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업전체가 아닌 사내 단일 부서의 R&D나 마케팅능력만을 가지고 비교하면
일본기업이 서구의 일류기업을 앞선다고 말할 수 없다.

일본기업은 조직의 팀워크를 배양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팀워크를 높이는 비결은 기획부서의 조정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기업에서 기획부서의 조정기능이 가능하고 사내의 협력체제가 강한데엔
몇가지 이유를 들수 있다.

우선 일본에서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집단문화가 있다.

이같은 문화는 사원이 회사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중 한명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같은 사고방식은 사원이 공통 목적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하나는 비록 감소추세에 있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종신고용제가 실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기업은 종신고용제를 통해 사내에서 경영자를 키우며 장기투자계획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

일본에서는 R&D투자가 큰 프로젝트에서 컨소시엄이 잘 형성되는데 이 또한
일본기업의 장점으로 통한다.

이런 컨소시엄은 상품판매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격렬하게 경쟁할지라도
기술개발에서는 공동 전선을 취하게 만들어 준다.

기술 컨소시엄을 통하면 반트러스트법의 규제를 피할 수도 있다.

초전도 세라믹물질에 대한 연구인 "이즈텍"계획은 일본기업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이 계획에는 5개의 재일 외국기업을 포함해 모두 1백2개의 기업이 참가
했다.

전용연구소는 도쿄에 세워졌고 참가기업들은 각 2명씩의 연구원을 파견
했다.

참가기업들은 연구작업이 끝난후에야 연구결과자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상업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일본기업들은 서구 기업들과의 합작에서도 이골이 나있다.

외국기업들이 일본에서 구성되는 기술 컨소시엄에 참가하도록 문호를 개방
하는데도 인색하지 않다.

또 자사가 해외에 설립한 연구센터(프린스턴의 NEC연구소,유럽의 히타치
센터)등을 통해 서구의 기술흐름을 훤히 들여다 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일본기업은 기술첨단을 걷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기술집약적인 기업이 판치는 일본시장을 서구기업이 공략하기 위해서는
문화 및 언어적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일본에 R&D센터를 개설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일본에 기술연구소를 두고 있는 다우사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전도 세라믹과 환경기술 연구프로젝트에 자극받아 현재 자사의
연구개발계획에 대한 개선책을 찾고 있다.

다우외에도 적지 않은 서구기업들은 R&D센터를 통해서 일본에서 그들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왔다.

바스프 카터필러 시바 - 가이기 듀폰 휴렛팩커드 ICI 인텔 3M 필립스등이
이런 경우에 포함된다.

일본은 급변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일본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본 현지의 R&D센터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일본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일본인들에게 호감을 줌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길도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