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소장=맞는 얘깁니다. 저도 미국정부가 강력히 시정을 요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이란 것이 일본에는 매우 교묘히 얽히고 설켜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면 화장품이란 것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화장품은 아주
비싸지요.

이런 화장품이 현재 수입이 자유로운 품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인가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샤넬의 화장품을 수입하려고 할 경우 후생성에서 성분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이지요.

샤넬이야 웬만한 나라에서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제품이고 일본에서도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수입업자가 되려면 성분표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성분분석가를 찾아 요구하는 서류를 내려고 하면 이번에는 프랑스에서
분석한 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합니다.

뭐 안될 것은 없지만 수입업자가 되려는 사람은 귀챦고 이것이 바로
비관세장벽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장벽은 얼마라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안교수=최근 자동차와 부품수입을 둘러싸고 미국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한다고 위협하고 이에 질세라 일본도 맞제소할 방침이라고
알져지고 있습니다.

양국이 무역전쟁으로 치닿고 있는 것입니다. 또 과거에는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역할을 했고 당시에는 세계금융기조가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탈냉전이후 소위 단일지도체제에서 달러 엔 마르크화라는 집단지도
체제로 이행한 후에 보다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통상마찰도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일무역전쟁이나 복수기축통화질서속에서 세계경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와소장=일본이 WTO에 맞제소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
합니다.

왜냐면 일본의 문제는 비관세장벽에 있고 세세한 품목에 대해 제소사태가
발생한다면 일본은 분명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입니다.

따라서 미.일포괄협의의 틀안에서 원만한 협상을 진행시키면서 수치목표
설정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구체적인 수치설정이라면 분명히 자유무역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지만
무역흑자를 국민총생산(GNP)의 몇%이내로 억제한다는 식의 포괄적인 수치
목표에서 일본정부가 타협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축통화를 둘러싼 국제금융질서의 혼란은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달러가 기축통화로 역할을 다했던 것은 지난 71년 달러와 금의 태환이
정지되기 이전이었으며 레이건시절 쌍둥이적자속에서 달러의 해외유출이
무방비상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오늘날 국제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

최근 변동환율제에 대한 재고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축통화들간에 일정한
변동폭을 두려고 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
합니다.


<>안교수=선생님께서는 헤이세이불황으로 일본형경영시스템이 전면붕괴를
맞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바있는데 새로운 경제시스템이나 질서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일본내에 변화를 수용하는 정치적 리더쉽과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
으로 받아들이려는 국민들의 의식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난 수년동안 일본은 총리가 너댓번 바뀌는 혼란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있는지 회의적입니다. 일본
국민들 역시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보수적인 사회에 길들여져 왔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사와소장=일본형경영시스템이 이번 불황으로 붕괴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선 헤이세이불황의 심각성과 장기화로 향후 일본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연공서열 종신고용 계열구조등은 경제가 지속적으로 고도성장을 보일 때
가능한 시스템이었습니다.

2%안팎의 성장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글로벌화의 진전입니다.

일본인들입장에서는 연공서열 종신고용이 좋습니다. 대학을 예로들면
기껏해야 연하장이나 명함을 인쇄하는 노교수가 학문적으로 인정받을 수있는
논문을 인쇄하는 젊은교수보다 비교할 수없는 대접을 받는 것이 바로
일본적시스템입니다.

그래도 안(Inside)에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안정돼
있으니까요.

그러나 밖(Outside)에서, 특히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비합리적
인 시스템이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일본도 세계속에서 융합될 수있는 경영시스템의 조정내지는 범위설정
이 필요한 것이지요.

신질서를 만들기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가들이 관료와 대항할 수있는
지식을 갖추는 것입니다.

호소카와 전총리가 등장해 정.관.업의 유착관계를 타파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임명된 대장상이 대장성관료들의 인형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는 요원한 일
이었지요.


<>안교수=일본국민들은 "토끼집"생활을 하면서도 일본은 세계속에서 공급
대국으로 위치해 왔습니다.

소비대국, 소비자우위형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일본정부에서도 생활대국이란
캐치플레이를 내걸고 있습니다.

좀더 많은 재정지출을 통해서 주택개조사업도 전개하고 인프라도 확충하면
내수경기도 진작은 물론 수입도 늘고 자연히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지는등
생활대국으로 나아갈 수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와소장=일본이 왜 내수가 늘지않는가는 왜 그렇게 많은 저축을 하는가
와 같은 얘기가 되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지.주택가격입니다. 취업후 수년내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등에서 융자를 받게 되고 할부금으로 총수입의 4분의1정도가
지출돼 버리고 맙니다.

일본인들이 반드시 검소한 생활을 한다기 보다는 그러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집니다. 예를들어 운동장하나를 짓겠다고 추진하면 예산의
절반은 땅값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재정지출에서는 공공투자의 배분비율이란 것이 문제가 됩니다. 예를들어
1조엔의 공공투자를 한다면 우선 70%를 건설성이 가져갑니다.

20% 농림수산성, 5% 운수성, 나머지는 기타비용식으로 처리됩니다. 그리고
건설성이 가져가는 70%의 28%정도가 도로공사에 들어갑니다.

이런 구조이다보니 정부의 경기대책이 나오면 여기저기서 길만 닦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안교수=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정리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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