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로 등장하고 ''국경없는 시대''가 운위
되면서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운식회장(61)은 우리나라 관광산업현장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지난 59년 미경제협조처(USOM)인사처 여행과장으로 관광산업과 인연을
맺은후 노스웨스트항공 총대리점 영업이사를 거쳐 서울항공여행사,
나드리세계여행, 에주투어인터내셔날등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금은 이들 여행사경영을 아들에게 맡기고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
회장으로 관광산업진흥에 힘쓰고 있다.

친우들은 정회장의 관광업계 외길인생을 기려 최근 ''여행업30년
세계를 누비며...''라는 화갑기념문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회장을 중구 을지로1가 금정빌딩의 KATA사무실로 찾아가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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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에 투신한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지요.

<> 정회장 =중앙대영문과를 졸업하고 정교사자격증도 얻었는데
첫직장이 USOM이라는 미국무부산하 대외원조기구 인사처였습니다.

60년대중반부터는 지금의 미대사관이 그 기능을 흡수했습니다만 그때는
2천여명에 달하던 직원들이 출장갈때 출장명령서를 발급하고 항공표구입
등 여행업무를 뒷바라지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당시 자국기는 KNA로 국내선을 운항하는 정도였고 미국적인 NWA나
CAT가 국제선을 취항하고 있었습니다.

비행장은 모두 군사시설로서 서울국제공항은 여의도에 있었는데
K-16이라는 공군기지안의 바라크식 청사에서 출입국업무를 보았지요.

USOM의 여행과장을 맡았던 것이 관광산업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된 셈이지요.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것은 언제부터였습니까.

<> 정회장 =지난64년 반도호텔2층에 있던 노스웨스트총대리점으로
자리를 옮겨 여행업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됐습니다.

당시 여행규모는 미국인들이 시내관광이나 설악산 속리산 경주등지를
찾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또 관광객은 주한미국인및 외국인가족과
친지들의 방한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71년봄에 서울항공을 반도호텔
220호에서 개업했습니다.

-그후 오로지 여행인으로서의 외길을 걸어오셨는데 보람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 정회장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관광선진국대열에
올라섰습니다. 한해 4백만명이상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오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나들이도 3백만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특히 80년대에 배낭여행으로 젊은이들의 시야와 마음을 키워주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국제화와 세계화속에서 젊은이들에게 지구촌을 누빌수있는 길을
열어주는데 기여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작으나마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가 늘고있는 상황에서 관광수지도 적자라고 보도되던데요.

<> 정회장 =관광출초현상이라고 신문에 나오던데 일부 언론보도에
불만이 있습니다. 곰발바닥 마약얘기등 부정적인 얘기만 주로 쓰는데
그래서는 곤란합니다.

작년의 경우 3백15만명이 해외에 나갔는데 무얼 보고오라고 언론이
리드해주어야 합니다. 이랜드는 3~4년전부터 직원들의 해외배낭여행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행도중 샘플로 구입해온 세계각국의 의류를 모아놓고 디자인과
품질품평을 통해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한국의류시장에 참신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요즈음 대기업의 신입사원이나 경력직원들의 해외연수 배낭여행도
급증하고 있다던데요.

<> 정회장 =서울항공에서는 별도의 전담반을 편성해서 상담에 응하고
있습니다.

지난3월부터 시작된 기업체의 배낭해외연수단은 삼성의 일본 유럽을
시작으로 해서 두산그룹 한국이동통신이 출국했습니다. 포철 제일은행
산업은행 신한은행등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동통신은 지난달 신입사원 모집광고에 입사후 배낭해외여행을
전제로 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배낭연수의 주제로는 해외광고자료 박람회참관 실내인테리어 디자인
공원설계 환경보전등 다양합니다.

-배낭해외연수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정회장 =89년 여행자유화이후 새롭게 등장한 배낭여행이 세대
계층에 관계없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배낭여행을 다녀왔던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세계화감각이 앞서고
아이디어 뱅크로 활약함에 따라 기업체에서 연수방안으로 채택하고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에 짜여진 연수보다는 본인 스스로 여행계획을 수립케하고 회사에서는
이에 필요한 왕복항공권 유레일패스 현지체재비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일정기간 자유롭게 여행한후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방법이 세계경쟁력을
보다 실감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외로 나가 배우는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손님들도 많이 들어오도록
해야할것 같은데요.

<> 정회장 =관광산업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도 없습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관광객1명 유치하는 것이 승용차
0.1 9대,컬러TV 15.8대,신발 1백26.4켤레를 수출하는것과 같은 효과라는
겁니다.

정부에서는 관광수지가 적자라면서 여행업자들에게 왜 관광객을
유치하지 않느냐고 호통을 칩니다.

장사하는 사람치고 돈버는 일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구조적
으로 관광객을 유치할수 없도록 돼있는게 문젭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않고는 어렵습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요.

<> 정회장 =여행은 간단히 말하면 이동하고 보고 자고 하는 겁니다.
이 세가지가 모두 불편한게 현실입니다. 우선 호텔이 태부족입니다.

관광호텔을 사치성 업종으로 분류,금융지원이 안되고 얼마전까지만해도
대기업은 호텔을 못짓게 했습니다. 호텔객실당 2억원이 드는데 어떻게
짓겠습니까.

재울 곳이 없으니 그룹관광은 유치할수가 없습니다. 볼거리의 경우도,
변변한 컨벤션센터도 없습니다. 겨우 한국종합전시장(KOEX)하나 만들어
놓고 소꿉장난하는 격입니다.

전시행사가 줄을 잇고있어 관광교역전 한번 하려해도 제때 자리확보가
어렵습니다.

이동문제도 단적으로 외국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조차 버스전용차선제
혜택을 못받고있는 실정입니다.

-외국인에게 보여줄만한 관광자원은 어떻습니까.

<> 정회장 =테마파크 리조트시설등도 부족합니다. 요즈음 관광은
자연자원뿐아니라 즐기는 시설도 필요합니다. 그나마 몇개있는 시설들도
인식부족으로 브랜드도입에 인색합니다.

호텔의 경우 힐튼 하얏트등의 브랜드가 고객에게 신뢰감을 심어줍니다.

리조트시설들도 클럽메드 같은 브랜드를 도입해야 세계화 국제화가
가능합니다. 관광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어야합니다.

관광상품으로는 여름이 짧고 해변이 적어 여름상품은 힘겹고 긴 겨울과
산악을 활용하는 스키등 겨울상품이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물가가 비싼 일본에 대한 골프상품도 괜찮은 편입니다.

-관광산업진흥을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계신지요.

<> 정회장 =관광차원을 떠나 무역차원에서라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경주돼야합니다.

항공도 늦었지만 영종도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있으니 별문제로 하더라도
호텔건설을 위해 부지확보 자금지원등의 배려가 있어야합니다.

10대무역국에 걸맞는 컨벤션센터도 갖추어야하고 테마파크등도 확충해야
합니다. 미국 독일 일본은 세계3대 컨벤션시설을 갖추고있고 싱가포르도
훌륭한 국제회의시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까.

<> 정회장 =관광산업진흥도 산.학.정이 힘을 합쳐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협회의 힘이 미약해 아무리 얘기해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계를 끌어들여 연구 조사활동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3천만원을 내놨고 수혜자가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서도
후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소비자보호를 위한 공제회와 중재위원회도 만들
계획입니다.

-곧 관광교역전을 연다던데 준비는 잘 돼 갑니까.

<> 정회장 =제2차 한국관광진흥회의및 관광교역전이 오는25일부터
28일까지 KOEX에서 열립니다.

신시장개척차원에서 새로운 상품을 기획 판매한 업체들을 표창하고
교역전의 중점은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 역내관광에 두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30여년간 관광업계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 정회장 =78년부터 유레일패스를 국내판매했는데 89년 여행자유화이후
배낭여행객의 상당수가 이를 활용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92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26회 국제관광박람회(ITB)에서
국제관광대상인 황금의 기수상을 받는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서울항공여행사 주식 1억원어치를 직원들에게 무상배분하고 회사일은
큰아들에게 맡겼습니다. 지금은 협회일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골프를 잘 한다던데요.

<> 정회장 =일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라 건강한것 같습니다. 골프는
핸디10인데 베스트스코어는 77입니다.

< 대담=양정진체육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