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간 자동차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미국은 즉각 대일무역보복조치를 발표
했고 일본도 이에 정면대응할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두 경제대국사이의 무역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보복조치의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보도에 의하면
50억~70억달러어치의 일본산 수입상품에 대해 100%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것 i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무역사상 최대규모의 보복조치인 셈이다.

미국이 이처럼 강도높은 대일제재조치에 나서게 된 배경은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때문이다.

슈퍼엔고를 통해 일본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는 미흡했던지
이번에는 자동차라는 개별상품에 대해 직격탄을 쏜 것이다.

작년에 미국의 대일적자는 660억달러에 달했고 이중 자동차분야의
교역에서만 44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미국이 이번 자동차협상에서 자국산 부품구입의 수치목표설정을 요구할
정도로 적극 공세를 편 이유를 이해할만 하다.

미일무역전쟁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두나라의 경제력을 감안할때 세계
경제에 미치는 가공할 파괴력은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다.

다행히 미국의 이번 제재조치가 실행에 들어가려면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야되고 또 6월에는 미일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어 협상을 통한 타협
가능성이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이 기간내에 양국정부가 지도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서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우리가 미일자동차전쟁에 관심을 갖는 또다른 이유는 아시아시장개방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통상전략을 거듭 확인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자동차시장 추가개방문제를 놓고 우리에게 관세인하등을
요구한상태이다.

또 지적재산권보호라든가 금융시장개방등 여러 분야에서 통상공세를 강화
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미국의 집요한 통상압력을 받고 있는만큼 이번
자동차분쟁을 둘러싼 일본의 대응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동차협상기간중 미국의 개방주장에 밀리지 않는 일관된 통상대응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부분적으로 미국언론이나 업계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협상결렬을 각오하고 미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맞제소하기위한 사전
포석으로 통산성관리들이 대거 동원돼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입장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WTO출범으로 세계무역질서가 바뀌는 것을 계기로 일본의 통상외교도 종전의
대미일변도에서 WTO를 겨냥한 전방위외교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시장개방압력이 고조되고 통상문제의 성격까지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통상외교전략도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정부차원에서 통상외교체제를 정비하고 통상대응논리를 개발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초강대국을 상대로한 힘든 싸움을 견뎌 내려면 국민적 단결력과 각오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