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서울모터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자동차업계가 기울인 정성은
대단하다.

행사 마지막날인 10일에도 출품업체 대표와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행사진행요원들도 최종점검에 부산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특히 전성원현대자동차사장과 한승준기아자동차사장이 행사장에
나왔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그리곤 모터쇼가 열린 지난 일주일간의 소회의 일단을 말했다.

전.한사장의 이야기를 대담형식으로 정리한다.

<>전성원 현대자동차사장=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한승준 기아자동차사장=정말입니다.

어느 정도의 손님은 예상했지만 이정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요.

생각보다 시선을 많이 끌어 모을수 있었다는데 우선 안도할수 있었습니다.

모든 출품회사들이 열심히 준비를 잘 해주셨지요.

특히 함께 행사를 치러낸 한국경제신문에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빠뜨릴수가
없습니다.

<>전사장=이번 모터쇼에 저희 회사에서는 유럽지역의 대리점 관계자들과
언론들을 초청했습니다.

그들에게 모터쇼가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처음하는 것으로는 너무 잘 됐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디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한사장=하여간 성원을 보내주고 관심을 보여준 국민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려야 겠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분들께 무엇을 보여드렸는지도 이젠 곰곰히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전사장=물론입니다.

70여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줬지만 자동차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드렸는가는
의문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만 가지고 성공이라고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한사장=사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찾아오면서 자동차가 멋있다는
말보다는 사람 참 많이 왔다는 소리가 더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땐 얼굴이 뜨거워 지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시 취합하고 검토해서 97년 2회 모터쇼를 충실히 준비하는
것만이 이번 모터쇼를 찾아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사장=이번 모터쇼에서는 업체간 정보교류도 성공작이었습니다.

각사가 신기술 환경관련기술등 방향을 모두 제시한 것도 우리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의의가 있었지요.

<>한사장=그렇습니다.

각사가 컨셉트를 서로 비교할 수가 있었다는 것은 이번 모터쇼가 훌륭한
기술교류의 장이 됐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오늘 제1회 대회를 폐막하면서 이제 "성공자축"보다는 자성해보는 일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전사장=저는 전시장이 좁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외국 분도 앞으로 본격적인 국제모터쇼를 하려면 한국종합전시장(KOEX)
에서는 더이상 안된다고 충고합디다.

최소한의 국제규모는 돼야하는데..

어쨌든 이제 새 전시장이 필요합니다.

새 전시장은 또 프랑스나 제네바 런던 토리노 처럼 수도 근처여야 하고
비행장이 가까웠으면 합니다.

세계의 유명한 전시장들이 대부분 공항과 도심의 중간지점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한사장=그렇습니다.

과거 도쿄모터쇼가 열리던 하루미(청해)는 도심에 있어 제기능을 발휘할수
없었지요.

그래서 새로 지은 마쿠하리메세는 나리타하고 도쿄의 중간에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새공항이 영종도에 세워지면 경인지역이 돼야겠지요.

<>전사장=사실 우리가 모터쇼를 처음 이야기하던 90년만 해도 자동차산업이
지금과는 큰 차이를 보였지요.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도 KOEX가 모터쇼 개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질
않았습니까.

하지만 한동안 이곳밖에는 마땅한 전시장도 없으니 걱정입니다.

<>한사장=전시장 운영도 좀 고쳐졌으면 합니다.

외국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운영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는데 다만 1시간만이라도 관람시간을 늦추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군요.

<>전사장=그래요.

하드웨어도 문제가 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도 살펴 봐야 겠지요.

<>한사장=어떻게 하면 한국적인 모터쇼를 만들수 있을까를 구상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유럽에서 열리는 모터쇼와 도쿄모터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유럽은 자동차만을 부각하는 것이 특징이고 도쿄는 치장과 이벤트에도
신경을 많이 쓰지요.

제네바모터쇼에서는 각업체의 간판도 규격이 정해져 주최측이 준비하게
되지요.

어느 쪽이 좋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이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가장 맞는
한국형 모터쇼의 정형을 정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사장=외국기자들이 서울모터쇼의 특징을 노이즈 레벨(Noise Level)이
높다고 합디다.

말뜻 그대로 행사장의 음악소리가 너무 컸다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춤과
음악등 이벤트에 치중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한사장님 지적대로 물론 둘다 우리나라의, 말하자면 한국적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사장="자동차! 움직이는 생활공간, 풍요로운 삶의 실현"이라는 캐치
플레이스가 너무 두리뭉실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전사장=어떤 의미에서 캐치 플레이스는 장식품일수도 있지요.

하지만 모터쇼가 메이커와 메이커, 소비자들과 메이커간의 대화의 장인
만큼 컨센서스를 이룰수 있는 명확한 주제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입니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읽어서 컨셉트를 잡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선진국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된 것이지요.

<>한사장=또하나 미안한 것이 있습니다.

모터쇼를 준비할 때는 국내 업체로만 우선 1회 행사를 갖고 2회부터 외국
업체들을 초청한다는 것이었지요.

3년전 이 대회를 준비할 때는 국내업체들로 족할 것 같았어요.

그러나 결과는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무역환경이 너무 급변한 탓도 있지만 아뭏든 처음 모터쇼 얘기를
꺼내던 90년에는 외국업체를 초청해도 안올 것이라고 생각하질 않았습니까.

본의는 아니었는데 외국업체를 홀대한 결과가 돼버렸지만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전사장=외국업체들에게도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해 줬지요.

그래서 텐트를 치고라도 참가하겠다면 하라고 했더니 좋다고 하질
않았습니까.

<>한사장=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님들에게 안방까지 내주는 미덕을
갖고 있지요.

미리부터 계획만 잘 됐다면 왜 "텐트 전시장"을 만들었겠습니까.

약속대로 2회 모터쇼부터는 외국업체들도 국내업체와 동등하게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사장=어떤 면에서 국내 모터쇼가 늦은 감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자동차 후진국인
중국에서도 최근 모터쇼가 얼마나 많이 열립니까.

뿐만 아니죠.

보잘 것 없는 중국모터쇼에도 각국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가고
있지요.

새 정보에 조금이라도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한사장=서울모터쇼에도 외국인이 많이 왔어요.

각국의 저널리스트나 평론가들은 다왔다고 보면 틀림없지요.

관람객 수준이 높았다는 것도 꼭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지요.

이처럼 대규모 행사였는데도 높은 질서의식을 보여준 관람객들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비닐로 된 주을 임시로 쳐 놓아도 하루종일 끊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정도였습니다.

시민의식이 크게 성숙된 걸 반증이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전사장=관람객들의 모습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밝은 미래를 볼수
있었습니다.

더욱 소비자들께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보게 됩니다.

2회 모터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겠지요.

<>한사장=이제 6개월만 지나면 2회 모터쇼의 참가신청을 받아야 합니다.

1회 행사의 잘잘못을 충분히 검토해야지요.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한국경제신문사 등 3개
주최측이 모두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철저한 준비를 해나가면 보다 나은
2회 행사를 치를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