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통상마찰의 난기류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귤류에 이어 식품과 육류의 유통기한을 둘러싸고 미국은 우리나라를
WTO(세계무역기구)에 공식제소할 모양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정부도 맞대응으로 나갈 움직임이다.

유통기한협상의 결렬직후 미국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조치
보다 강도 높게 우리나라를 우선감시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한미간 통상마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더욱 불거질 가능성을 다분히 안고
있다.

미국내에서 강력히 작동되고 있는 독점금지법을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외국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의 공정거래위원회루부터 자주 시정명령을 받고 있는 부당내부
거래관행이 멀지않아 미국의 통상당국에 의하여 가차없이 도마위에 올려질
수도 있다.

70년대 이래 미국경제가 쇠락하고 무역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면서
미국은 보복적 상호주의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수출자율규제, 반덤핑관세 슈퍼301조의 발동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보복형 상호주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이익단체들의 정화에 쫓긴
미의회나 USTR(미무역대표부)은 경미한 사안도 침소봉대하는 경우가 있었다.

국내하역능력의 부족으로 체선의 장기화가 일어나고 이에 따른 과일류의
부패를 한국정부의 고의적 비관세장벽으로 몰아붙이는 미국의 행위는 분명히
단견적이고 사려가 걸여된 것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마찰은 상대방의 실상에 대한 양국 통상당국의 적극적 이해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될수 있었다.

미국의 한국시장 접근을 위한 일방적 공격주의와 한국의 막바지 피동적
수용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미국의 공격형 일방주의에 우리도 WTO에 정식 제소로 맞대응하는 것도
통상전략차원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될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산넘어 산의 양상으로 전개될 한.미간 통상마찰에 대응하여
우리 스스로도 발상의 전환과 함께 통상전략의 체제정비가 필요하다.

우선 성장지상주의 정책기조 아래서 그동안 전개된 "생산자우위형" 국내
제도와 관행을 "소비자우위형"으로 개조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WTO가 지향하는 무국경경제는 궁극적으로 국내소비자들이 국내메이커와
외국메이커에 근접할수 있는 기회가 동등함을 말하며 동시에 국내생산자는
외국생산자와 동일한 조건속에서 교역상대국의 소비자와 시장거래를 할수
있는 체제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의 정책지향점은 국내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고 생산자에게는
경쟁시장 여건을 강화하혀 생산의 효율을 높이는데 있어야할 것이다.

지금 경제운용에서 추구하는 세계화의 본질은 바로 이점에 있다고 볼수
있다.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였을때 야기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공급자가
지게되는 생산자책임제도는 소비자우위형 사회에 존재하는 소비자 보호제도
이다.

우리나라 국내법이 생산자책임제도를 도입 정비하면 미국의 생산자책임제도
에 기초를 둔 통상관행과는 충돌이 일어날수가 없다.

예컨데 국내원산지증명제도도 품질관리 유통개선을 위해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법제화 해야 한다.

그렇게 될경우 수입상품에 대한 원산지 증명요구는 절대 비관세 장벽이
될수 없다.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소비자주권형제도의 관행을 정착시키고 다져
가면 선진국과의 통상마찰요인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생산자우위로부터 소비자우위형사회론의 전환은 비용이 수반되고
생산자 단체의 저항을 가져온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선진화는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상품과 서비스에 관련된 통상현안 이외에 곧바로 환경 기술 노동 경쟁여건
등 "신분야"에서 다자간 신질서거 태동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미간의 통상마찰은 이제 모든분야에서 발생될수 있다.

지금까지 국제협상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정부부처들이 국제혐상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한다.

국제업무의 비중은 모든 부처에서 급속히 늘어나고 일상화 될것이다.

국제법과 관행의 틀속에서 우리의 통상전략을 관철시킬수 있는 국가공무원
의 통상혐상정예화 노력은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절대로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범정부적 차원에서 통상전문연수원을 설치하여 정부의 중견및
고위공무원들이 통상협상의 기본원리와 실제를 연수하는 과정을 이수할
필요가 있다.

이와같은 과정을 통해 부처이기주의나 이견이 사전조율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수 있다.

이와함께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의 무역정책기조변화와 그 파장을 연구
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통상관련 연구기능을 대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같은 연구기능은 주요통상당사국에서 현지화 형태로도 발전되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미간기업들이 대미통상마찰요인을 슬기롭게 대처한 전례도
있다.

그러한 경우 그 노하우를 전업계가 공유할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만성적 대미흑자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지금까지
버티어온 것은 미간기업 통산성 연구기관들이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한 덕택
이다.

한국과 미국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전략적이해를 공유하여 왔다.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가 추구하는 산업구조개편과 대외지향발전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우리에게 미국은 특히 기술과 지식의 가장 중요한 공급국이다.

우리는 미세한 각론에서 준비부족과 뒤늦은 개선노력으로 미국에 꼬투리를
잡히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미국조야에 팽배하고 있는 한국은 "언행불일치"라는 대한불신풍조를
씻으면서 기본원칙에는 일관성 있게 우리의지를 관철시켜가는 협상력을
배양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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