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이라는 중국고전에는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두가지를
들어 놓았다.

공정성과 청렴성이라 공정하면 밝은 지혜가 나오고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것이다.

거기에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몇가지를 첨가한다면 전문성과 봉사
의지, 성실성과 도덕성을 들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검중앙수사부가 최근 발표한 지방의회의원의 비리통계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를 눈앞에 둔 우리에게 실망을 넘어서 절망을 안겨 주는
것이 아닐수 없다.

91년 지방의회 출범이후 전체의원 5,170명의 10.9%인 564명이 각종 비리를
저질러 사정당국에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비리의원의 엄청난 숫자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이 저질른 비리의
유형들을 보게 되면 어안이 벙벙해 질 수밖에 없다.

뇌물수수에서 사기 폭력 횡령 변호사법위반 건축법위반 도박 강제추행
공갈에 이르기까지 공직자의 범법사실로서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파렴치행위들이니 말이다.

굳이 문제발생의 근원을 따져 본다면 지방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을 의원직에 뽑아 놓은 선거구민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입후보자의 도덕적 사실이나 그늘진 전역, 입후보자가 선거구민의 대표로서
의정을 제대로 처리해 갈수 있는 능력의 소지여부등을 가늠해 보지 않고
혈연 지연 학연 친분 이해관계에 따라 표를 찍는 선거풍토의 왜곡현상이
가져온 결과라 할수 있을 것이다.

제2기 지방의원과 제1기 자치단체장의 선거로 지방자치의 뿌리를 착실하게
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는 우리는 제1기지방의회의 전철을 되밟아서는
안되겠다는 굳은 각오를 해야만 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가 펼쳐진 시대에도 비리공직자들이 있었다"는 과거와
같은 관용의 자세를 버려야 할 때인 것이다.

한국국민을 가리켜 "망각증세환자"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큰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국민들
은 그 사람의 비리사실을 까마득히 잊는다.

그렇데 되면 그 되역공직자는 갖은 수단을 동원해 공직에 등용되거나
청백리행세를 한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입후보자의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 보는 선거
구민들의 세심함과 혜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고장의 발전, 나아가 자신과 가족의 안락한 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