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프로젝트 상담차 필리핀에 갔을 때 욜란도 델라 크럭스씨를
만났다.

중견기업 "PETROCAP"의 사장으로 이 회사의 자금을 주관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전직은 DBP라는 은행의 중역출신이라고 한다.

이분의 안내로 필리핀 상공차관을 만나 합작사업을 논의했는데
배석한 중년의 여비서는 외자도입법이나 합작에 관해 차관을 소상하게
보좌하고 있었다.

태국의 한 최대 민간 석유화학회사의 기획및 자금담당 부사장인
차이바라논씨도 고도의 전문성과 미모를 겸비한 30대후반의 미혼여성이었다
.

사주와 인척관계인것 같지는 않았다.

작년에 중국진출 전략회의를 위해 북경에 갔을때 만난 화공부 부장(장관)인
구씨유리안씨는 유화산업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화학공업 전반에
걸친 전문가적 통찰로 우리를 놀라게 한 60대 여성이었다.

우리는 여성장관이라고 하니까 당에서 잔뼈를 키워 온 정치권의
"지명자"쯤으로 지레짐작하였던 것이다.

쉬포후이여사는 석유화학회사인 베이징사의 다섯 부사장중 수석
부사장으로 막강한 실력자다.

인도네시아 모재벌의 부인은 남편의 정책결정과 경영의 일부를 전문가적으로
보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안에 따라서는 이 부인과 사전에 절충해 두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경우도 있다.

우리는 지금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에서 손이 모자라 외국노동자를 불법으로든 편법으로든 고용한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졸 전문직 인력의 부족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10~20년전에 비해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교육과정을 통해 남자와 똑같은 투자를 했음에도 여학생의 졸업증서는
단지 좋은 혼처를 구하는 방편에 불과하다면 이 얼마나 엄청난 자원의
낭비인가.

여성의 사회활동을 금기시 하는 남성제씨의 전통적 편견은 부분적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논리가 인정돼서는 안된다.

자원이라고는 오직 인력밖에 없는 나라에서 최고학부를 나온 수많은
고급두뇌들이 계모임에 나가 찜질이나 즐기고 좀 여유있는 층은
들에서 공치기에 열중하는 현상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 정서적 측면과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꾀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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