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용 주택은행 자금부장>

미국 일본등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가격파괴바람은 최근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유통업의 경우 미국 월마트가 80년대 들어 혁명적인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물류혁신으로 인한 원가절감에 성공,판매가격을 대폭 할인하면서
시작되었고 일본의 경우는 경쟁국의 지속적인 수입시장개방및 유통시장의
규제완화요구와 계속되는 엔고로 수입제품 가격이 하락,저가의 수입품을
다량공급하면서 가격파괴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복잡한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단순화하는 유통구조혁신
등에 의한 가격파괴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파괴의 발생배경은 우선 소비자의 계몽을 들수 있다.

즉 탈국경시대에 소비자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시장에서조차도
어떠한 서비스와 품질이 제공되고 있는지를 잘 알고있을 정도로
합리적 존재로 변화하였다.

이는 정보통신의 발달,제품 표준화의 급격한 진행,소비자 보호기능의
강화 교육기능의 제고가 그 원인이 될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96년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에 대비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그 변화는 필연성마저 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유통업에서의 가격파괴는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금리자유화 진전으로 고객의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짐에 따라 비가격경쟁뿐만 아니라 가격경쟁으로 그
폭과 깊이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은행권에서의 가격파괴는 크게 자금조달과 운영 두가지 측면에서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예금금리의 가격파괴를 살펴보면 지난 12월 B은행은 거액예금자를
대상으로 하여 최고 15%까지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이른바 금리프리미엄상
품을 개발하여 2개월간 판매하였고,C은행은 창립기념으로 월납입금을
할인해 가계우대정기적금보다 0.5~1.5%포인트 높은 12.5%의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을 발매하였다.

또한 K은행은 신탁형 상품으로 원금예치후 발생하는 이자를 매월
원금에 가산하는 복리방식의 운용으로 연평균 최고 15.67%를 보장하는
신탁상품을 개발하는등 각 은행들은 한시적인 금리파괴형 수신상품을
앞다투어 시판하고 있다.

대출거래도 이른바 고객기여도와 신용도에 따른 할인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수신거래 공과금자동납부 급여이체등의 은행거래실적에 따른 대출금리
감면,무사고 운전기간에 따른 금리할인과 더불어 은행수수료를 대폭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혜택을 주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금리파괴를 주요 영업전략으로 내세우는 은행경영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생길수 있다.

은행도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기초로 하지 않고서는 존재할수
없다.

적정수익을 확보해야 하고 적정수익은 적정 마진을 의미하는데 조달금리는
높여주고 운용금리는 깎아주고서는 적정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떨어져 고금리를 약속한 은행이 손실위험이 나타나자
교섭력이 약한 대출고객에게 금리위험을 전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나 상도덕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유통업의 가격파괴는 유통구조개선이나 대량구매에 의한 구매원가절감,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의한 생산성 향상 등에 기초한 이익을 소비자에게
나누어준다는 의미인 포지티브 제로섬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은행권에서 현재의 시장금리가 높다는 것을 기화로 금리를
높여주는 식의 가격파괴는 결국 그 피해가 은행과 소비자 양측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네거티브 제로섬이 될 수 있다.

자칫 가격파괴가 고객을 현혹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할 때에는
은행의 신뢰성을 해치고,은행의 존재이유인 위험수용기능을 철저히
외면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수신금리의 인상은 대출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져 실질금리의 인상을
가져올수 있고,자금배분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기 보다는 위험자산에
투자되는 성향을 가질 수 있어 자금의 배분효율성을 해칠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금리파괴는 거듭 이야기하지만 내부의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생산성향상과,철저한 위험관리를 통한 안정성의 사전확보 등을 전제로
할 때 그 가치가 돋보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