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구 지하철공사장에서 터진 도시가스 폭발 참사로 지금 나라안이
떠들썩하다.

예방은 커녕 이런 대형 사고때마다 되풀이되는 재발방지 약속은 왜
지켜지지 못하는 것일까.

한쪽에서는 우리사회의 안전의식이 둔함을 탓하고 다른 쪽에서는 시공회사
의 경험부족과 졸속시공, 감독관청의 무사안일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행정당국의 규제가 부족해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건설교통부의 행정규제 현황을 보면 보건복지부의 1,189건,
농림수산부의 1,044건 다음으로 많은 1,042건이나 된다.

이어서 또 다른 경제부처인 통상산업부 재정경제원 환경부 순으로 행정
규제가 많아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아우성인 실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해야
할 정부책임은 각종 사고와 환경오염속에 실종된 상태이다.

행정규제가 공공이익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처의 권한강화및
이해집단의 권익보호에만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행정규제 내용중 인허가및 면허업무가 제일 많고 명령및 지도단속이
다음으로 많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에 대한 행정규제완화 역시 실속없이 말만 요란한
실정이다.

김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규제완화와 기업환경개선을 강조해 왔으며
이석채 재경원차관은 지난 28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규제완화
특별법을 만들거나 규제개폐를 명령하는 규제심판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까지 밝혔다.

그러나 얼마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직설적으로 표현했듯이 규제완화가
이렇다 하게 이루어진 것은 없다.

정부가 행정규제완화를 위해 만들어 지난 20일로 출범 2주년을 맞은 행정
쇄신위원회의 활동성과도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지금까지 2년동안 1만2,197건의 과제를 처리했고 40여건의 기획연구과제를
확정했다고 하나 대부분이 절차간소화나 단발성 민원처리에 그쳐 규제완화를
피부로 느낄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한햇동안 실제로 폐지된 행정규제건수는 201건에 불과하며 거꾸로
"행정규제및 민원사무기본법"이 시행된 지난해 4월부터 12월말까지 8개월
동안에 신설된 행정규제가 109건이나 되었다.

이런 식으로라면 규제완화는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으며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행정규제를 만들때 미리 적용시한을 못박는 방안으로서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거론됐다는 일몰조항이다.

규제를 만들 때에는 필요성이 있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뒤에도 폐지되지 않는 탓으로 규제업무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만료시한이 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자동폐지되게 하면 규제완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것이다.

또 한가지는 행정규제에 따르는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여 집단이기주의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행정규제가 사고예방과 경쟁력강화의 지름길임을
알아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