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등 대기업그룹들이 그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각각 1조5,000억원 규모를 지원할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원내용에는 납품대금의 어음결제기간단축 또는 현금결제로의 전환,대출및
지급보증확대 등의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부품국산화를 위한 기술지도,원자
재공급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흔히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에 비유하며
상부상조하고 공존공영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을 좇기에 급급한 현실세계에서는 상부상조와
공존공영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은 자사제품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납품단가인하와 품질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납품대금의 결제지연 등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의 견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있을수 없다.

중소기업이 발달된 이웃나라 대만은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경기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경기가 좋은데다 엔고까지
겹쳤는 데도 숱한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고 무역수지적자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육성이 중요하다는 탁상공론이나 생색만 내는 단발성
정책만 많았지 실제로 중소기업의 환경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얼마전 김영삼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는 정부가
자금지원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기업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다음의 몇가지 점은 서둘러 개선돼야
한다.

우선 중소기업 제품의 시장안정및 확대가 시급하다.

제품이 잘 팔리는 기업은 웬만한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갈수 있는
법이며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특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제품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표준화를 통해
호환성을 높이는 한편 최근의 엔고사태를 이용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
식의 부품수출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의 전문특화및 협동화 단지조성이 필요하다.

시장지배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가격경쟁력에 민감한 만큼 원가절감이
중요하다.

따라서 인력난,원자재수급난 등에 공동 대처할수 있는 협동화단지조성이
필요하며 이는 전문기술개발을 위한 정보교환에도 유리하다.

끝으로 유망 중소기업의 장외등록을 쉽게 하고 창업투자 등을 지원해
금융을 원활하게 해야겠다.

생산과 판매에 문제가 없어도 자금력이 약하고 신용이 부족하면
흑자도산하기 쉽다.

특히 요즘처럼 거래기업의 도산에 따른 연쇄부도가 많은 경우 중소기업은
사채마저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과 현대의 지원계획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으나 그동안의 많은
생생내기용 부실계획과 얼마나 다를지 좀더 두고볼 일이다.

특히 이번 지원계획의 발표시점이 지난 25일 이석채재경원차관이
30대그룹 기조실장간담회에서 중소기업지원을 요청한 직후이고 지방자치선거
를 앞둔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