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들면서 전례없이 강조하는 경제구호가 행정규제 완화다.

자율화 시대에 걸맞게 관치의 구태를 벗어 던지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많은 규제가 풀렸고 지금도 다양한 규제완화나 폐지 작업이
진행되고있다.

관가 일각에선 "너무 급격하게" 풀어 없애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없지않고 보면 상당히 풀긴 푼 모양이다.

한데 26일 재정경제원이 발표한 증권시장 안정대책을 보면 규제완화는
여전히 먼나라의 얘기다.

규제를 푼다면서 증권회사 사장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돼있는
사항까지 재경원이 "결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바로 증권사의 신용융자한도를 자기자본의 18%에서 25%로 높이겠다는
대목이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한도는 현행 "증권회사 신용공여에 관한 규정"에
자기자본의 60%까지 가능토록 돼있다.

이것을 증권사 사장단 "자율결의"로 18%까지만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자율결의로 이를 확대한다는 게 재경원의 발표다.

자율적으로 결의하도록 돼있는 날짜는 28일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날 발표된 내용중 위탁증거금율 조정은 증권거래소의 결정사항이고
고객예탁금 이용료율과 신용융자 동일인한도 수정은 증관위 의결사항이다.

정부는 이미 손을 뗀 부분이고 결정권한도 없다.

형식과 절차는 두말할필요도 없이 무시됐다.

이러니 "너무 많이" 풀었다는 규제완화가 피부에 와닿을 턱이 없다.

재경원을 "따로국밥집"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국따로 밥따로,법따로 시행따로,지시따로 자율결의따로. 물론 정부가
증시에서 완전히 손을 뗄수 없는 속사정이야 이하지 못할바 아니다.

하지만 정이 손을 떼서는 안되는 사안이라면 정부의 권한으로 되돌려놓든지
,그게 모양이 안좋으면 적어도 절차나 형식이라도 존중됐어야 한다.

시장사정이 악화되면 정부를 탓하는 게 버릇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율과 지시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부의 행태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큰 문제는 이 국밥집 주인의 자세다.

"손님들이 따로국밥을 원하니 어떡하냐"는 반문에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건 기자 뿐일 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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