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게 얼마만이오?"

가우촌이 두 손을 뻗어 교행을 맞이하였다.

교행은 부끄러움으로 두 볼이 모란꽃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였다.

"나를 기억하시오?"

우촌이 정분이 가득 담긴 눈길로 교행을 바라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교행은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하며 그저 고개만 한번 끄덕였다.

"듣자 하니 그동안 고생이 무척 많았다고 하더군요"

우촌이 깍듯이 존대말을 해주는 바람에 교행은 더욱 몸둘 바를 몰랐다.

"이리 좀 더 가까이 오시오. 호로묘를 떠난 후에도 한시도 그대를
잊은 적이 없소. 어제 부임행차길에 그대를 보고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였소"

"저도 그러하였사옵니다"

교행이 간신히 입을 열어 말하며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우촌을
바라보았다.

교행의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촌과 교행 두 사람은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들을 나누느라고 밤이
깊어가는줄 몰랐다.

교행으로부터 진사은 선생 댁의 이야기를 다시 들으면서 우촌은
가슴이 메어지는것 같았다.

호로묘의 화재로 인하여 가산까지 모두 불타고 말다니. 지금 진사은
선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또 그 귀엽던 영련이는? 한 집안에 불행이 닥쳐도 이렇게 한꺼번에
닥칠 수 있단 말인가.

진사은 선생댁이 망해가고 있는 동안 우촌 자신은 승승장구하며 출세의
가도를 달려온 셈이었다.

일찍 진사은 선생을 찾아뵙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지만, 진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몸이라 부임지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나날이기도
하였다.

우촌은 진사은 선생의 그 모든 불행과 자신의 출세가 교묘하게 어우러져
지금 교행을 만나게 된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 불가사의한 운명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운명의 힘으로 결합된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마음을 연후에 차츰
뜨겁게 몸을 섞어갔다.

교행은 남자 경험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우촌은 능숙한
솜씨로 교행의 몸을 데워나갔다.

무엇보다 우촌은 건강한 아이를 얻기 위해서는 한밤중이 지나 닭이
울기 전에 평온함과 즐거움으로 교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정액을 쏟아놓아야 아이를 얻을 수 있는가 그 비결도
알고 있었다.

우촌은 교행이 처녀의 몸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복감에
흥건히 젖어 그녀의 몸을 계속 애무해 나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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