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굵직한 경제현안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으나 말만 무성한채
구체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종의 정책표류 현상이다.

엔고,인력수급,중소기업에 대한 상업어음할인 원활화,저축증대,경기조율등
이 그것이다.

시급히 대응하거나 입장을 정리해야할 사안들인데도 제목만 열거된채
구체적인 대응내용이 전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경제계에선 자칫하면 정책실기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엔고대책의 경우 국내자본재산업을 육성한다는 총론만 세워져있다.

그동안 언급된 "대책"은 <>외화표시국산기계구입자금 확대<>첨단
일본산업을 유치촉진<>기술개발지원강화등의 원칙뿐이다.

통상산업부는 기술개발준비금 손비인정범위를 수입금액의 3%에서
5%로 확대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재정경제원이 각종 조세감면을
축소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대하고 있으며 외화표시국산구입자금은
"현금차관불가"로 맞서 합의가 안되고 있다.

외국인전용공단의 분양및 임대조건완화나 단지추가조성문제도 현행규칙이나
재정여건상 가능하지 않다는 재경원측의 자세로 결론을 못내고
있다.

경기양극화등으로 자금난을 겪고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상업어음할인을
원활히 해주자는 대책도 마찬가지다.

현재 9.0~9.5%로 제한되고 있는 상업어음할인금리를 조기에 자유화하자는
방안은 중기의 금융비용을 높일수 있다는 지적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은행등 금융기관이 돈을 출연해 1조원가량의 "특별기금"을 조성,비적격업체
의 상업어음할인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도 실효성여부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신정부 출범이후 정책금융을 축소하고 금융자율화를 확대한다는
정책기조와 최근의 중소기업지원의 필요성이 상충되고 있는 양상이다.

산업인력공급대책도 뾰쪽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호황으로 실업률이 완전고용수준이 2%대로 떨어진데다
오는6월말의 지자체선거로 산업인력이 대폭 이탈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나 내무부등과의 갈등으로 애만 태우고
있다.

중소제조업에 대한 인력공급을 위해 병역특례를 늘려야 한다는 통상산업부와
군인력과 공익요원 감소는 어렵다는 국방부와 내무부의 반대로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과열을 막기위해 과소비를 억제하고 금융저축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되고 있으나 재경원의 국.실간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책실은 세제혜택을 갖춘 신금융상품을 개발해 저축증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제실은 세제혜택으로 금융저축을
유도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실은 은행 증권 보험간 업무영역을 완화,각금융기관이
제휴한 복합금융상품( hybrids )과 장기금융상품개발을 지원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세제혜택이 빠져 별다른 반응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경기안정책도 "불분명한"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재경원은 가계대출축소나 재정집행연기등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경기진정대책은 펴지않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26일 오후 경제부처차관들이 모여 경제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예정됐던 경제차관회의도 갑자기 취소됐다.

"쓸데없는 오해"를 빚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들어 이같이 정책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정책수단이 한계에 이른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나 관계부처간의
의견이 원활하게 조정되지 못하는 것도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경제논리를 원칙대로 고집하지
못하는 것도 정책결정을 꼬이게 하고있다.

경제계에선 이같이 "정황"이나 "분위기"를 좌고우면하는 양상이
계속될 경우 경제정책이 때를 놓칠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요즘같이 경제정책의 수단이 줄어든 상황에선 정책의 내용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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