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구차하게 설명 안해도 삼척동자까지
다아는 세상이니까 그냥 접어두기로 하자.문제는 실천이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사람과 돈,그리고 사회적 제도적 여건 내지 분위기다.

많은 분야가 그렇지만 총론합의.각론이견이 유행하고 행동대신 말이
무성한 현실에서 과학기술과 투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만은 정말 좀 달라졌으면 하는 기대를 한번 더 속는
셈치고 걸어보게 만드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25일 이홍구 국무총리주재로 열린 정부의 종합 과학기술심의회가
확정한 96년도 과학기술진흥 종합시행계획이 그것이다.

발표된 계획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정부의 과학기술투자를 내년에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대목이다.

올해예산 1조9,246억원보다 136% 많은 4조5,690억원을 투입하여
첨단 핵심기술을 집중개발키로 했다.

이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연구개발사업 지원규모는 금년 예산액보다
무려 740%가 불어난 1조2,067억원을 반영함으로써 과학기술투자에서도
지방화시대를 열어갈 뜻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 한국전력 한국통신등 정부투자기관의 연구개발(R&D) 투자확대와
부가가치가 높은데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인 엔지니어링산업을
진흥할 중장기계획등을 포함하고 있다.

많은 내용가운데 정부의 과학기술투자예산의 획기적인 확대에 특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첫째 그 규모가 지금 형편없이 영세하며 둘째
기초과학연구와 독창적인 원천기술이 취약한 우리의 불균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연구개발비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절대규모자체가 민간과
정부부담을 통틀어 보잘것 없는 수준이지만 그나마 민간이 80% 이상을
부담하고 정부몫은 20%도 안된다.

미국 42% 일본 37%등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인 대만의 52%와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그 비율이 본래부터 낮은 것은 아니었다.

71년에는 68.3% 81년 53.5%,91년까지도 19.4%가 정부몫이었는데
93년엔 17%대로 떨어졌다.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결과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탓이었다고
해야 옳다.

정부의 R&D투자는 누락 비록 절대액은 늘었어도 민간의 투자증가율을
따르지 못하여 격차가 갈수록 확대돼온 것이다.

그 결과로 빚어진 현상이 바로 생산기술에 비해 기초과학,조립기술에
비해 설계기술이 크게 뒤지는 불균형과 개발보다는 도입에 기우는
관행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응용기술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두 분야의 균형적 발전이다.

기술의 수명이 갈수록 단축되고 혁신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스스로 개발하지 않고서는 경쟁이 안되고 선진화를 기대할수 없다.

세계 12위의 경제규모에 기초과학은 24위라는 평가를 건성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결론은 분명해진다.

정부의 R&D투자는 아직 멀었다.

민간과 맞먹을 수준까지 더욱 과감하게 확대돼야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변연구소의 분위기 쇄신,산.학.연협동을 통한 기초과학과 응용연구의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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