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해 25일 청와대에 보고한
사법제도 개혁안은 법조인 수의 증원을 통한 대국민 서비스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번 개혁안마련 과정에서 판.검사 변호사등 일선 법조인과
법학교수및 정부간에 갈등이 심해 핵심을 비켜감으로써 법률서비스
향상이라는 당초 목적이 변질됐다는 부정적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논란의 초점이 돼왔던 "로스쿨" 도입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잠정 유보함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계속 남겨둔 셈이 되었다.

대법원과 세추위는 빠른 시일내에 "법조학제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7월말까지 로스쿨 도입문제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국민의 일상적인
법률서비스 뿐만아니라 기업의 국내외 경제활동과 관련된 법률서비스의
확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개혁논의는 법조관계자들의 이해관계와 원칙문제에만
집착해 이 분야의 중요한 과제에 관해서는 사실상 외면해온 감이
있다.

물론 개혁안대로 오는 2005년까지 법조인 수가 지금보다 50%가량
늘어난 3,000명 수준이 된다면 기업활동에 대한 법률서비스 제공의
기회도 그만큼 커진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법률가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경제전문 법률가들이 대거 배출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법률가는 경제전쟁의 "전사"로 불린다.

미무역대표부의 미키 캔터 대표와 칼라힐스 전대표는 모두 변호사출신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제전문 관료가 아닌 변호사가 대외통상문제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 우리에겐 아직 낯설어 보이지만 미재무부의 경우 정식직원
가운데 전문변호사만도 40명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개방화와 각종 규제완화에 따라 경제분야에서
법률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에도 기업의 활동을 지원할 국제화
전문화된 법률가는 태부족이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국제관계에서 답답한 일이 생길 때면 외국인
전문변호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덤핑제소등 국제분쟁과 관련해 비용으로 외국의 변호사들에게
지급한 돈이 연간 5,000만달러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지금 국내에서는 개업변호사 수가 많아 수임료 할인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기업활동에 따르는 법률업무를 취급할 수있는 전문변호사는
전체변호사의 5%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오늘날과 같은 경제전쟁 시대에는 경제전문 법률가의 수와 능력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 엄청난 차이를 발생기킨다.

오는 7월까지 확정될 사법제도개혁안에는 경제전문 법률가양성을
위한 별도의 계획이 포함돼야 하며 학제개편논의과정에서부터 이같은
전문가 양성의지와 실천방안이 충분히 반영돼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