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노사화합 바람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립과 갈등관계로는 날로 심화되고 있는 국제경쟁시대에 살아남을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노사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에 노사화합을 선언한 기업이 12개사에 불과했던데 비해
올들어서 이미 8백개를 넘어섰다는 점은 산업현장내부에서 상당한
구조적 변화가 진행중이란 사실을 반영해주고 있다.

특히 이같은 화합분위기는 국내 노사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활짝
열리고 있다는 청신호로서 본격적인 임금협상철을 맞은 산업현장의
노사관계안정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선 올해초 세계무역기구(WTO)출범으로 인한 국가간의
경제전쟁이 치열해져 "노사가 뭉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된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노사분규가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지난87년이후
수년간의 경험끝에 느끼기 시작하면서 노사양측의 협력의식이 크게
성숙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사회전반의 분위기가 점차 안정기로 접어들면서
근로자들의 노동운동도 투쟁중심의 정치조합주의에서 실리위주의
경제조합주의로 옮아가고 있고 근로자들을 종속개념으로 여기던
사용자들의 인식도 점차 대등한 동반자로서 인식하기 시작한 데서
변화의 요인을 찾고 있다.

"투쟁과 비방" "대립과 갈등"만이 지배하던 산업현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상급노사단체인 노.경총이 "산업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등 단위사업장의 노사관계안정에 적극 노력한 점도 이같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한몫을 한것으로 보인다.

노.경총이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의 책임의식을 느끼고
산업평화에 적극 나섬으로써 단위사업장의 노사관계도 상급단체의
영향을 받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근로자들사이에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생산성향상운동과 자사제품판매운동을 벌이는등 실리위주의
노동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이 전국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운동에 대한
의식조사에서도 이같은 변화의 현장은 감지되고 있다.

이조사에서 응답자의 63.4%가 노동운동의 최우선과제로 임금인상
노동시간단축 근로조건개선등 근로자들의 실리추구를 꼽았다.

반면 정치활동참여 해고자복직 인사.경영권참여등을 우선과제로
답한 근로자는 3.3%에 불과했다.

나머지 14%는 주택 조세 물가 교육등에 관한 정책건의활동을 우선과제로
지적했고 노동법개정과 노동조합의 조직,운영및 활동에 관한 사항을
꼽은 응답자는 각각 10.4%와 9.1%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의 김대모원장은 "최근 노사협력선언 기업이 급증하는
것은 국제경제시장의 여건변화에 따른 노사공동의 위기의식과 화합과
협력만이 기업을 살찌우고 자기몫을 더욱 챙길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