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선거가 일요일인 오늘 실시된다.

이 나라 대통령선거는 1차투표에서 50%가 넘는 지지표를 얻는 후보가
없으면 최고득표자와 차점자 두 사람이 보름후 결선투표로 당선자를
가리게 되어 있는데 이변이 없는한 역시 일요일인 다음달 7일 결선투표를
할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이변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때 아무도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때문이다.

투표 1주일 전까지만 허용되는 선거법규정에 따라 지난15일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9명의 후보중 우파정당인 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 파리 시장과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및 좌파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전제1서기등 3명이 각각 26.5% 16.5% 20.5%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적으로도 제5공화국헌법 제정이후 처음 실시된 1958년 12월11일의
선거에서 드골이 1차투표에서 77.5%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5공화국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빼고는 그가 재선된 65년 선거를 포함해서
모두 결선투표까지 갔다.

프랑스 선거에는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그 이유는 미테랑 대통령의 2기에 걸친 14년 장기집권이 이번에
확실하게 막을 내리게 된다는 점과 시라크후보가 예상대로 당선될
경우 EU(유럽연합)의 운명과 장래는 물론 유럽및 세계정치 외교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라크후보는 드골파의 기수이자 우파의 리더이다.

그에 비하면 발라뒤르총리는 중도파로 분류해야 맞는다.

한국으로서는 이에 더해 몇가지 점에 또 관심이 간다.

4대 지방선거를 두달남짓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과
견주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이다.

우선 지적해야 할 점은 프랑스 5공화국의 장기적인 체제안정이다.

4공화국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못지 않은 정국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알제리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몰아준 5공화국에
와서는 6대 37년간 4명의 대통령 (드골 퐁피두 데스탱 그리고 미테랑)을
맞은 뒤 이제 7대 다섯번째의 새 지도자를 맞을 참이다.

드골은 68년 학생소요 이듬해에 중도사퇴했으며 퐁피두는 재임중
74년 병사했다.

다음은 프랑스선거가 돈안쓰는 선거의 모델이라고 할만큼 엄격하고
투명한 자금관리와 공영제로 실시되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부정부패가 주요 쟁점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으나
그건 선거부정이나 자금과는 무관한 얘기다.

끝으로 프랑스 국민의 90%가 가톨릭이지만 일요일에 투표를 하는
관행을 새삼 또 상기하지 않을수 없다.

이 관행은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그렇게 한다.

이런 점들은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알수 있다.

다시 이는 이합집산 바람에다 선거자금을 둘러싼 잡음,일찌감치
또 나도는 개현논의 등은 모두 세계화와 거리먼 우리 정치현실을
대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