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 출범이후 과거와 같이 정책금융지원이나 보조금및 비관세 장벽에
의해서 국내기업을 보호육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합법적으로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물류체계의 건설에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혼잡비용이 연간 13조원을 넘고 매년
2조원씩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로건설은 토지 수용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리~퇴계원 고속도로의 경우 용지비가 58% 들었다.

또한 철도도 수송능력의 한계에 부딪쳤으므로 한국경제가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발상을 전환하여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경부축을 외해와 연결하는 내륙수운체계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이 산악국가이므로 내륙수운은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낙동강과 한강 상류의 해발고도가 150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다른나라에서 이보다 더 높은 표고차를 극복
한 선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은 연안해운체계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
은 부적합하다.

왜나하면 한국은 인구의 3분의2이상이 내륙지방에 살고 있으므로 연안해운
을 통해 들어온 화물이 최종 소비지까지 도달하려면 다시한번 육로를 거쳐야
하는 2중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내륙수운체계를 건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양하다.

먼저 수송비는 내륙수운이 트럭보다 6배나 효율적이며 연료소비량은 12배
효율이 높아 물류비를 낮출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도로교통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중량화물을 전담함으로써 도로
파손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수운체계를 건설하면 터널을 통해 한강의 물을 낙동강에 보낼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낙동강을 효율적으로 이용
할 수 있게 된다.

운하건설은 도로나 철도에 비해 토지수용비가 전혀 들지 않는데다 강을
준설하고 직선화하며 하천부지를 정비함으로써 가용국토를 넓히고 국민위락
시설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상수원을 지류로 옮김에 따라 추가부담이 없이 수질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연안해운이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려면 내륙도시들이 외항과 연결되어야
하므로 어렵더라도 낙동강을 준설하고 3개의 댐을 건설하여 낙차를 해결
하며 조령에 20km의 터널을 만들어 충주호와 연결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영산강을 준설하여 광주까지, 금강을 준설하여 대전까지
5,000t급 바지선이 도심지까지 접안토록 하여 6대도시를 수운으로 세계와
직결시킴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물류체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포화상태에 달한 인천항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인운하를 대신하여
서울에서 평택까지 연결하는 경평운하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경인운하의 경우 하천부지가 아닌 곳을 공사하기 때문에 토지수용비가
3,100억원으로서 주운수로 건설비보다 더 많이 드는 반면 경평운하의 경우
에는 토지수용비가 전혀 들지않는데다 골재와 잔토의 판매수입및 포락지와
하천부지의 매립으로 인한 가용토지의 증가수입도 적지 않다.

경평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신갈저수지와 탄천의 상류를 연결하는
3.5km의 터널을 건설하고 탄천과 오산천및 진위천을 준설하여 한강이 아산만
으로 흐르도록 함으로써 용수가 부족하여 발전의 한계에 부딪친 경기도 남부
지역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강의 지수로인 중랑천 안양천및 창릉천을 준설하면 의정부 안양및
일산과 구파발까지 중량화물들이 수운으로 직접 운송될 수 있을 것이며,
일단 유사시에는 수운이 대규모 인원을 효과적으로 수송하는 수단이 될수
있을 것이다.

경평운하의 외항이 되는 아산만 전체를 항구로 쓰기 위해서는 원정리와
한진리를 연결하는 2.2km의 방조제를 건설해야 한다.

이것은 이미 건설중인 서해대교의 건설비 5,100억원의 5분의 1 정도의
예산으로 방조제와 고속도로를 동시에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계획에서 중소 항구들을 곳곳에 건설하는 비용을 집중
투자함으로써 로테르담 이상가는 세계적인 항구를 건설하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은 1,500km 반경내에 배후 인구 14억이 살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물류기지가 되어 세계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심국가가 될 것이다.

위와같이 아산만 방조제와 한/낙동강운하 천안운하 대전운하 광주운하및
한강지수로(중랑천 안양천 창릉천)를 포함한 총체적인 내륙수운체계의
공사비는 대략 8조원이 되지만 골재와 잔토의 판매수입과 하천부지와 포락지
의 매립으로 인한 수입이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1977년부터는 리버시(river sea) 바지선이 운항되기 시작하여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5,000t급 바지선이 중국내륙이나 일본까지 직접 간다면
하역비와 환적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 전체의 수요규모를 고려해 볼때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물류
센터가 되려면 인천대신에 수심이 깊고 넓은 아산만 전체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경부축과 경인축을 보강하는 경평축을 포함한 내륙수운체계
를 건설하고 이것들을 연안해운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륙수운체계의 확립으로 물류비용이 절감됨에 따라 한국은 다가올
21세기 세계경제에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