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연자라면 누구나 몇번쯤 겪었던 일이지만 밤중에 담배가 떨어지면 참
곤혹스럽다.

담배를 사러 가게에 가 봐야 가게문은 이미 닫혔을 것이고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은 억누를 수가 없어서 결국 타다 남은 꽁초를 뒤지게 된다.

그럴 때면 일찍 담배를 끊지 못한 것을 스스로 후회하게 되지만 금연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은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 같은 고통을 받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아무리 한 밤중이라도 집밖으로 나가면 담배자판기가 있고 또 심야영업을
하는 편의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이 편리해 지면 부작용도 따르게 마련이다.

담배자판기를 이용하는 미성년 흡연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한 경기도 부천시의회와 서울 강남구의회가 92년8월과
10월에 성인의 출입업소를 제외한 관내 전역에 담배자판기의 설치를 금하는
조례를 각각 제정.공포하였다.

그러나 이 조례가 문제가 되었다.

이 조례때문에 권리를 침해 당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소매인 23명은 이 조례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률이 위임한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확실히 우리 헌법은 제11조에 국민의 평등, 제15조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제23조에는 재산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또 제117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을 "법령의 범위안"에서라고
제한하고 있다.

반면에 재무부부령인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제11조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장소에는 자판기설치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원칙적으로 자판기는 설치할 수 있으나 예외적으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조례로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20일 "위헌조례"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이유없다"고 기각하고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담배자판기는 판매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비노출성 때문에 청소년들의 담배구입을 막기 어려울뿐 아니라 흡연 유발의
효과가 매우 크다"며 "직업선택의 자유가 다소 제한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 "성인출입업소를 제외한 전지역에 자판기설치를 금지하지 않는 한 조례
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방자치
단체의 조례재정권을 폭넓게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결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