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고교 졸업 30주년을 맞으니 각자 사회적인 자리는 잡았으나 바쁘다
는 핑게로 같은 서울 하늘아래 있으면서도 동창생들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바둑 골프 테니스 등산등 취미따라 동창생들 중에도 끼리끼리
동호인 모임이 활성화 되어 있고 광화문 여의도같은 지역따라 소규모 모임이
자꾸 늘어간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압권인 것은 청계산우회 모임이 아닌가 싶다.

우리 청계산우회는 강남이나 서초지역에 살면서 인적이 비교적 드문 새벽
청계산 등반을 즐기는 광주일고 40회 졸업생들로 구성되었다.

애당초 뜻을 같이하는 친구 몇명으로 시작되었으나 갈수록 지망자가 많아
스무명으로 마감할 정도다.

4년전 고광면(새한전자상무), 김진열(변호사), 박하진(통일원), 장민수
(전홍개발대표), 최종찬(중소기업은 지점장) 그리고 필자의 주도적 역할에
힘입어 시작된 이 모임은 세월이 갈수록 세상사는 재미를 더 해가고 있다.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청계산 제1야영장 입구 가게앞에서 집결
하여 여명의 찬 공기를 가르며 두 시간동안 등산을 마친후 한 시간 정도
토론과 정담을 격의없이 나눈다.

특히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도 먼동이 트기전 모여 손전등을 밝히며 산행을
한다.

항상 코스가 일정한 외길이기 때문에 조금 늦게 나오더라도 합류가 가능
하다.

늦은만큼 속도를 내면 중간 약수터에서 또는 매봉 정상에서 마주치게 되어
있다.

사계절 한결같이 이어지는 조기 등반은 대개 아홉명 이상은 꼭 모이니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게 여겨진다.

눈내리는 날이면 더욱 운치가 있고 비가 오는 날도 청승맞게 나오는 친구가
있어 소중하게 느껴지는 모임이다.

짧은 시간에 난코스의 등산은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 체크가 스스로
이루어지고 새벽 일찍부터 부지런한 만큼 다른 일에 전혀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하산길에 의례히 단골집에서 막걸리 한잔과 파전 한접시에 때로 해장국을
겻들이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고 나면 일주일동안 막혔던 문제가 해결
되고 다음주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가 공급된다.

회원 각자으리 직업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요즘처럼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훌륭한 정보 공급원이 된다.

교수 법조인 언론인 금융인 사업가 의사 공무원등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있기에 매주 주요 사회 쟁점에 대해서도 진지한 토론과 검토,
배경 해설이 가능하다.

이렇듯 우리 1965년 고교 졸업 동창생들은 일주일에 한번씩의 등산으로
건강도 다지고 다정한 친구도 만나보고 고급 정보까지 얻게되니 일거삼득
이라 할수 있다.

가끔 부부동반 산행도 겸하고 있어, 모든 회원 부인들도 이 모임을 적극
지지 권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청계산 새벽 등산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천진난만한 고교시절 동창생들이 청계산에서 만나 옛정을 키우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는 이 모임은 아마 영원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