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택 노동교육원 1협력실장>

미국의 작업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있다.

권한이양과 현장참여가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숙련형성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부여되고 있다.

과거 서슬이 퍼랬던 현장감독자의 타임 워치,감독과 지사는 자취를
감추고 팀제가 작업장조직의 기초가 되고있다.

이같은 변화의 동인은 무엇일까? 그동안 알려지기로는 80년대이후
일본등 외국제품과의 경쟁심화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기업들의
자구책차원으로 설명돼 왔다.

즉 사용자는 경쟁력회복을,근로자는 고용안정을 보장받기위한 수단으로
작업장체제를 바꾸었다는 분석이다.

필자는 이번 한국경제신문의 취재동행을 통해 미국 작업장변화의
근본원인을 생생하게 알아볼수 있는 좋은 기호라고 생각,2주간에
걸쳐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어지는 기업들과 대학내 전문연구기관,관공서
등을 방문했다.

그결과 다음 몇가지 특성을 파악할수 있었다.

첫째,미국내 작업장의 네가지 유형화다.

그들은 유노조 하이로드(협력사업장),무노조 하이로드,유노조 로우로드(대립
사업장),무노조 로우로드이다.

네가지 유형가운데 관심을 끈 것은 유노조 하이로드,즉 노동조합이
있는 가운데 노사협력이 잘되고있는 사업장에서의 작업장체제변화였다.

이 범위에 들어가는 APT&T 제록스 누미자동차공장은 이번에 직접
방문하였고,테네주 새턴공장은 미국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알수있었다.

AT&T사는 "미래작업장"설계를 노사가 공동으로 활발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제록스사는 사업장중 선두주자격인 새턴공장은 GM의 타계열사 노사로부터
시기와 질투,또 매출이익에 대한 성과배분을 둘러싼 논란으로 순탄치만은
않은 상태다.

누미사는 창사이래 단1명의 해고도 없이 팀제에 의한 근로자 참여폭을
넓혀가고 있으나 경영부문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 노동조합은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않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작업장변화의 실상은 다양성으로 설명된다.

단일모델이 없다는 말과도 통한다.

다양성의 주체는 현장이다.

대학도 기술지원만 할뿐 누구도 변화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둘째,노사협력의 역동성은 미국작업장에 팽배해있는 일말의 불안감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불안감의 원천은 물론 해고의 두려움이다.

미연방 고용관계법에 따르면 일시해고,즉 경제적이유때문에 행하는
일시해고는 누구를 선별해 해고시킬 것인가에 대한 제약만 받을뿐,경영진에
재량권이 주어져있다.

따라서 노조원이라도 경제적이류라면 일시해고가 가능하다.

더욱이 근로자 귀책사유에 의한 해고는 아무런 법적제한이 없다.

파업중 대체고용문제만 해도 그렇다.

최근 클린턴행정부 주도로 던롭위원회가 추진해오던 노동법개정움직임이
무산된데 대해 AFL-CIO(미국노동총동맹 산업별회의)는 별로 실망스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던롭위원회가 파업중 대체 고용금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화당이 득세하고 있는 미의회의 현재구도아래에서 사용자에게
주어진 대체고용이라는 무기가 쉽게 없어질것 같지도 않다.

또 단체교섭에서도 노사간 원만한 타결이 이뤄지지않을 경우 사용자측안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미국사업장은 언제든지 집단해고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수 있어 내심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작업장혁신과 중간관리층위상과의 관계이다.

경쟁력강화수단으로 비용절감과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중간관리층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능 또한 감독.지시에서 지원.자문기능으로 바뀌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고경영자층과 일선 작업자간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활발할뿐만
아니라 중간 관리층이 대부분 비노조원인 탓에 이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

그리너 중간관리층에 대한 군살빼기가 인적자산으로서의 근로자와
동일선상에서 취급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90년대들어 작업장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언젠가 회사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신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작업장의 변화요인을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의 강화에서 찾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 작업장변화내용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참여,권한이양,팀제,성과배분이다
.

변화의 계기는 무한경쟁시대의 도래이다.

변화의 주체는 현장의 노사당사자이다.

노동조합이 노사협력을 적극추진하는 것은 노조원들을 일시해고에서
보호하기위한 측면에 강했다.

작업장변화는 곧 현장 관리감독자들의 기능을 지시가 아닌 서비스기능으로
바꿔놓았다.

지금 국내노동조합은 미국처럼 사용자재량에 의한 일시해고의 법적장치가
없다.

미국노동조합은 일시해고로부터 노조원들을 보호하여 협력에 동참시켰다.

우리 노동조합은 협력에 대한 참여보다는 교섭을 통해 이익을 챙길것을
권장하는 노사관계틀에 놓여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의 자발성에 기대어 작업장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미국과 달리 경영과 소유의 분리도 엄격하지 않다.

그렇다면 국내작업장변화의 관건은 두가지다.

작업장의 혁신적변화의 비용.편익분석을 널리 홍보해 변화의 유인을
꾀하고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강화를 병행하는 길 뿐이다.

산학협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또하나의 영역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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