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분양아파트 해소대책으로 도합 5,500억원의 자금을 마련,내달초부
터 주택은행을 통해 건설업체 운영자금으로 5,000억원과 구입자금으로
500억원을 융자해주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지난 2월말 현재 집계된 수치로 11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이미 준공이 됐는 데도 분양이 안된 5,800여 가구도
들어 있다.

대책은 이중 미분양이 특히 많은 전용면적 18~25.7평형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미 준공된 2,200 가구를 포함해서 모두 4만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미분양 아파트의 적체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많은 주택건설업체,특히 지방의 중소 건축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도산하는 사태를 몰고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이런 현실은 정치적으로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 여당은 임대주택의 양도세 면세대상을 5가구에서 2가구로
낮추는 방안까지 거론했다가 철회한바 있다.

결국 얼마간의 자금수혈로 급한 불을 끄는 단기 미봉대책을 내놓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고 하겠는데 주택건설 업계로서는 만족스러운
내용이 아닐 것이다.

만족은 커녕 실망이 크리라 생각된다.

뭔가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해온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선택에는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다.

자칫 부동산경기를 부추겨 과열우려를 현재화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선거가 끝나고 민선 자치단체장과 의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할 가을무렵부터는 개발붐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쓸 상황도 아니다.

대책은 어차피 소극적인 내용일 수밖에 없고 자연 그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주택시장이 변하고 있으며 따라서 변화에 맞는 주택정책과
건설.건축이 필요해진 현실을 당국과 업계가 먼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게 보다 확실한 미분양아파트 해소대책이고 주택산업이 장차 성장발전할수
있는 길이다.

경기동향에 얼마간 좌우는 되겠지만 분양공고만 내면 누구돈 받을지
모르던 시대는 우리 주택시장에서 이제 완전히 갔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극히 일부지역에서 예외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말그대로 예외이다.

주택건설 업체들은 이제 과학적인 수급예측과 시장성판단에 입각해서
아파트든 다세대 주택이든 지어야 한다.

거주와 투자동기를 함께 염두에둔 공급전략이 아니고는 수요자를
찾기 힘들 것이다.

지방에 미분양아파트가 특히 많은건 바로 시장성을 무시한 결과라고
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구조 특성 변화를 외면한채 아직도 무주택가구가 많은
현실만 믿고 집을 지어서는 안되는 때가 왔음을 알야야 한다.

다음은 정부가 달라져야 할 순서다.

정부도 주택시장 변화에 맞춰 경직적이고 규제일변도의 주택정책및
제도운용에서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자율화등 주택산업에 시장원리를 주입시킬 현안에 조속한
결단을 내리고 임대시장 육성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