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석 <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

일요일자 신문지상에는 한이헌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 실렸다.

그내용은 지난 1.4분기의 실질경제성장률이 9%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성장속도의 조정을 통한 경기진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연초에 민간경제계와 정부사이에 벌어졌던 경기과열 논쟁이
1.4분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볼때 경기과열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양상
이다.

이처럼 증시외부의 경제여건은 호황수준을 넘어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활황국면을 구가하고 있는데 반해 증권시장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말해서 기본적인 경제여건과는 정반대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어
증시참여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작년 11월초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2월말까지 이어졌으나, 3월2일부터는
강한 상승세로 반전되면서 장세가 점차 호전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월하순부터는 재차 하락하면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4월1일부터 가격제한폭의 대폭적인 확대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는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까지도 새로운 제도변경에 적응하지
못한채 시장참여를 대폭 축소함에 따라 극심한 거래부진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8일 기준으로 증시전체 6일 거래량 이동평균이 1,528만주, 25일 거래량
이동평균이 2,119만주에 그침으로써 거래부진양상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
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부진한 거래량은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위험을 추가시킴으로써
투자심리의 위축을 초래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새로운 증시참여를 억제
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경제여건은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데 왜 증시는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그 이유를 다음 4가지로 설명해 보면 첫째, 현 경기호황이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과거에는 경기의 호전양상이 전산업으로 확산되었으나 최근의 경기는
제조업 중에서도 중화학공업 위주로, 또한 대기업 중심으로만 차별화되는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치를 들어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95년 1~2월의 평균 산업생산증가율을
살펴보면 중화학공업은 22.9% 증가한 반면 경공업은 9.8%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안정적인 자금시장에도 불구, 중소기업의 어음부도율은 서울지역의
경우 2월에 0.14%를 기록하면서 462개 업체가 부도를 냄으로써 이.장사건
이후 최고를 기록하여 경기의 호황이 대기업에만 해당되면서 중소기업에는
풍요속의 빈곤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제조업과 비제조업간에도 뚜렷한 차별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1~2월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83%를 기록하여 완전가동수준에 접근했으며,
기계수주 증가율도 47%나 증가하였다.

반면 동기간중 건설수주증가율은 5.6%증가에 그쳤고, 그 중에서도 제조업의
건설수주 증가율은 8.8% 증가했으나 비제조업의 건설수주 증가율은 8.5%
감소함으로써 제조업과 비제조업간의 뚜렷한 명암을 보여주었다.

이에따라 상장기업간의 실적차별화가 심화되면서 상승세의 확산을 억제하고
있으며 전체 증시의 활황세 유지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통화공급의 확대에 따른 자금시장의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극히 부진한 점이다.

먼저 94년 1.4분기의 M2 평잔 증가율이 15.9%였던데 반해 95년 1.4분기의
M2 평잔 증가율은 17.7%로서 전년 동기대비 통화공급은 확대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유동성 수위를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2조
1,000억원대에 머물면서 정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작년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약41억달러의 적자를 보여 적자폭의 확대가 지속됨으로써 과거 3저 호황기에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에 의한 해외부문의 유동성 공급요인이 나타나지 않는
점도 증시내의 풍부한 유동성에 의한 활황장세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장기금리를 대표하는 회사채 수익률이 1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에는 회사채 수익률이 12~12.5%로 햐향 안정세를
유지함으로써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의 채권투자에
치중했던 보수적인 자산운용 패턴에서 벗어나 주식의 순매수를 통한 적극적
인 자산운용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이에 비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의 상승추세는 비록 3월중순이후
하향 안정세로 반전되었지만 현재까지 14%대를 유지하고 있어 작년 상반기
수준과 비교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투자의 기대수익률
이 주식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주식시장 참여를 억제
함으로써 근본적인 수급구조의 개선을 제한하고 있다.

넷째, 외국인 투자자들이 95년 들어서도 매도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월별로 살펴보면 1월에 2,204억원, 2월에 1,492억원및
3월에도 2,316억원을 순매도하였다.

지난 멕시코 페소화위기이후 달러폭락에 따른 외환시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현 여건을 고려할때 외국인의 적극적인 한국시장참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속적인 외국인의 매도우위는 수급구조의 악화측면뿐만 아니라
투자심리면에서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경제상황을 침체된 증시여건에서 어떻게 적응하여야
하는가.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그나마 기본적인 경제여건을 중시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소극적인 장세개입여건속에서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는 경기호황을
감안하여 중화학 중심의 제조대형 우량주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기관투자가들의 매매패턴을 참고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또한 증시내의 제한적인 유동성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반적인 상승종목의 확산을 기대한 매매방식은 지양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매매대상 종목을 선별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근본적인 수급구조의
개선이 단기간내에 크게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목표수익률을 낮춰잡고 투자위험을 최대한 축소시킬수 있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