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동출자하여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전담
팩토링 금융회사를 설립할 것을 전경련과 기협중앙회가 지난 11일
합의했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자생력있는
중소기업의 어음할인을 이 회사가 전담하여 연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단기 대출효과를 거두도록 전경련산하 대기업이 300억원
정도의 지분참여를 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의 양극화가 확산되면서 전반적인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과
원화절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고금리와 자금난
등으로 부도업체가 증가하는 어려운 금융상황을 "기업이 기업을
돕는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보여 안타깝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개방이 확대되고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중소기업정책도 경쟁촉진
방향으로 전환되어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노력은
어느 때보다도 필사적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적인 동반관계 구축을
위해 성의를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93년10월 국가경쟁력강화 민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경제4단체가
앞장서 민간 스스로의 노력을 정부에 대한 요구보다 더 앞세우며
그룹총수와 중소기업인들이 함께 지방의 생산현장에서 우리 경쟁력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모습은 사실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불신을 누그러
뜨리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경제규모를 세계 11위로 키워온 한국기업은 이제 새로운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더욱 성숙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첫째 경쟁할 때는 철저히 경쟁하고 협력할 때는 한 몸처럼 협력하는
공생의 원리에 충실하기 바란다.

경쟁력있는 중견기업이 연쇄부도로 쓰러져야 하고 창의력 높은
벤처기업이 사업자금을 구하지 못해 때를 놓치게 되는 우리의 열악한
금융환경을 기업들이 먼저 협력하여 극복하려는 노력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세계화시대의 첨병은 기업이다.

그것도 발빠르고 유연한 중소기업이다.

경쟁력있는 일류제품과 부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중소기업을
정보.인력.자금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세계화에 앞선 대기업이 지원하기
바란다.

이와 더불어 가격파괴 압력을 하청기업에만 전가하고,납품대금
지급지연으로 상도덕을 무너뜨리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대기업의 성장없이 중소기업이 클수 없고 중소기업이 강해지지
않고는 대기업이 경쟁력을 가질수 없다.

협력 중소기업은 신용도를 높이고 대기업은 이들의 상업차관 알선이나
신용보증 대행에 적극성을 보이기 바란다.

기업간 거래의 대부분은 어음수취나 외상매출에 의한 신용판매이며
판매자금회수기간이 평균 4.5개월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에 의한 상업어음할인과
외상매출금에 대한 제도금융에 있음을 통화금융 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