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분야는 디지털 기술과 손을 잡음으로써 가장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영상은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분자의 위력을 일반인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준다.

기존의 아날로그 영상과는 달리 디지털 영상은 영구성과 유연성을 함께
갖는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록된 영상은 세월에 따라 본래의 이미지를 잃어
버린다.

16mm 필름이든 자기테이프든 간에 오래 쓰면 쓸수록 열화 현상으로 색이
바랜다.

디지털 영상은 아무리 장구한 시간이 흐르더라도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다.

많이 쓴다고 해서 닳아버리는 것이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0이 1로 변하거나 0.5가 되지는 않는다.

디지털 영상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수시로 모습을 바꿀 수도 있다.

컴퓨터 합성과 수정 편집등을 통해 우주 공간을 날아갈 수도 혈관속을
돌아다니는 적혈구의 미세한 움직임도 그려낼 수 있다.

아날로그 영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담아낼 뿐이다.

디지털영상은 그동안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포기했던 일들을
거뜬히 해낸다.

오로지 인간의 상상력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크로마키 =매일같이 방송되는 TV 일기예보에서 기상캐스터가 위성영상을
펼쳐놓고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손으로 짚어가며 그때 그때 보여주는
것은 가장 초보적인 디지털 영상 합성기법이다.

"크로마키"로 불리는 이 방법은 이중 영상을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게
한다.

두가지 이상의 화면중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자연스럽게 추출해 영상을
합성한다.

크로마키는 "가상 배경"과 "가상스튜디오"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배경화면을 따로 만들고 주인공의 움직임을 나중에 덮어씌우는 것들이
가능해져 현지로케나 스튜디오 세트작업이 불필요해졌다.

<>모핑 =디지털 영상시대에는 "두얼굴의 사나이" 촬영을 위해 배우가
분장실에서 오랜시간 곤욕을 치룰 필요가 없다.

사람을 늑대로 변하게 하거나 로보트로 바꾸는 일을 디지털 영상 기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가지 전혀 다른 물체를 끊임없이 서로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모핑 기법"
은 영상 자체가 디지털이라는 재료로 구성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각 물체를 구성하는 형상틀의 좌표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끊임없이 평균값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좌표를 구성하는 것이 모핑의 기본 원리다.

무한대의 나누기를 해냄으로써 모핑은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자연스럽게
모습이 변형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같은 모핑은 초창기 단순 평면의 2차원적인 화면만을 만들어내던 것에서
최근에는 3차원 입체 공간 구성으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텍스타일 매핑 =디지털 영상기법을 이용해 물체의 질감을 바꾸는 것은
더욱 간단한 일이다.

나무를 유리벽으로 만들거나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얼음으로 변하게
하는등의 효과를 자연스럽게 낼 수 있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 물체의 형상을 선으로 구성한 "와이어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이같은 프레임의 각면에 원하는 질감을 입히는 일을 "텍스타일 매핑"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색조의 변화나 음영효과를 주는 작업을 보태면 사실적인 영상을
얻어낼 수 있다.

컴퓨터가 디지털 영상을 기초로 빚어내는 특수 시각 효과는 마술로
불리울만 하다.

원래의 물체가 폭발해 여러개의 조각으로 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물체를 여러개의 작은 공형태로 분리시켜주는 "아톰"기법등이 최근
널리 쓰이고 있다.

<>디지털 복원술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데만 디지털 기술이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흩어졌던 기억들의 실타래를 풀어내는데도 디지털기술은 유용하다.

빛바랜 사진을 원래대로 살려놓거나 찢어진 사진의 일부를 다시 되찾는
것은 주로 디지털 영상 복원기술에 의존한다.

미 코닥사가 운영하는 사진병원은 디지털 메스를 들고 빛바랜 사진에
묻어있는 세월의 켜를 걷어낸다.

디지털 복원술은 남아있는 영상의 속성들을 컴퓨터에 기억시킨 후 이를
기초로 사라진 부분을 유추해냄으로써 과거를 완벽하게 재생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