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배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

[[[ 철강산업 ]]]

우리나라는 지난73년 포항에 제철소를 처음 세운 후 20년만에 세계 제6위의
철강 생산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선진국 기술을 이전 받아 성장해온 국내 철강 산업은 보통강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연속 주조 비율, 제강 회수율, 전기로 용해 시간등 경쟁지표에서는 세계
최강인 일본과 대등하고 가격도 미국,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15~25% 정도
낮다.

제품의 기능 향상및 고부가가치화기술에서 다소 뒤질 뿐이다.

특수강에서는 생산 강종 수, 생산 규격 범위, 불량품발생면에서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열위상태에 있고, 전체 철강에 대한 생산
비중도 낮은 편이다.

현재 우리 철강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수지 개선에 별 기여를 못하는 점이다.

작년에는 철강 제품의 무역수지가 1억7,000만달러의 적자로 떨어지기조차
했다.

특히 엔고로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더욱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 적자로 반전된 것은 철강제품수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판재류의
수출 공급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년에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엔고의 지속은 철강 산업에서 일본과
격차를 줄이고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철강 산업에서 이런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경쟁력 확보
에 못지 않게 양적인 기반적 경쟁력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양적 성장을 뒷받침할 양호한 국제적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우선 판재류 수출 전망이 밝은 점이 그 하나이다.

동남아에서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우리의 경쟁 상대인 일본의 철강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이미 판재류의 구매선을 일부나마 자국 업체에서
한국업체로 전환하고 있다.

공급측면에서는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국으로 경계할 만한 국가는
일관 제철소의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대만 뿐이다.

중국도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나 팽창하는 내수 때문에 수출 여력이 없을
것이고, 수출 여력이 있는 일본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미일등 철강 선진국들은 대대적인 경영 합리화와 고로를 대신하는 용융
환원제철법과 미니밀에 의한 박슬래브와 같은 혁신 철강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다시 일으켜 저임금을 무기로 한 후발 개도국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용융환원제철법에 의한 경쟁력 제고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고 미니밀에 의한 판재류 생산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산업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의 철강산업 이전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처럼 국가간 경쟁과 기술 경쟁이 과도기적 단계에 있는 세계 철강 산업의
동향을 고려할 때 국내 철강 산업의 투자는 특정한 제강방식에 편중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