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터뷰 : 느웬 푸 빈 <주한베트남대사>
도 무오이베트남공산당서기장의 방한은 양국관계의 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서기장의 방한은 5,6년전만해도 결코 상상할 수 없던 일입니다.
베트남이 대대적인 개혁운동을 펼치고 있고 한국의 정치상황도 많이 변한
현시점에만 가능한 일이지요.
이는 양국이 이념적인 문제를 초월하고 국민들의 이익과평화 안보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무오이서기장의 방한은 2년전 맺어진 양국간 수교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베트남의 개방정책인 "도이모이"가 실시된지 10년이 돼갑니다.
진척정도와 현황을 소개해 주시죠.
"도이모이정책이 가져온 첫번째 성과는 농업생산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쌀수입국의 위치를 벗어나 식량자급자족을 이룩한 것은 물론 세계 제3위
쌀수출국으로 부상했습니다.
두번째 성과는 인플레를 잡은 것입니다.
지난 86년 800%를 웃돌던 인플레율이 10%안팎으로 떨어졌습니다.
89년부터는 가격 일원화제도를 실시, 배급가격과 암시장시세의 차이를
없앴지요.
세번째 성과는 공업생산의 확대입니다.
2-3% 성장에 머물던 공업생산이 지난 91년이래 연평균 13%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총생산(GNP)도 연평균 8%씩 성장하고 있지요.
현재 베트남 1인당GNP는 260달러에 불과하지만 호치민시등 주요도시지역은
1천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양국간 경협은 잘돼가고 있습니까.
"한국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의 4위투자국입니다.
지난 3월말 현재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액은 10억4천6백만달러규모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어느국가보다 베트남의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타국기업 투자가 석유개발및 서비스부문에 집중된 반면 한국기업의 투자는
주로 제조업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대규모한국공업단지가 하노이시근처에 조성되는데 이어 중부및
남부지역에도 건설될 예정입니다.
무역규모면에서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세번째로 큰 교역상대국
입니다.
지난해 11억달러를 초과한 교역규모는 올해 14억달러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양국간 협력의 폭은 매우 넓습니다.
베트남의 자원및 저렴한 노동력과 한국기업의 자본 마케팅능력등이 결합
한다면 좋은 성과를 낳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간 관계증진과 더불어 한국기업의 현지진출및 베트남인의 한국취업등
양국 국민들의 접촉기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따른 문제는 없습니까.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 관리자들이나 이곳에서 베트남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욕이나 구타를 하는 경우가 있어 반발을 사기도 합니다.
이는 언어장애 및 문화차이등에서 생기는 것으로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간 관계증진은 양국민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는 이루어질수 없지
않습니까.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해주기
바랍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같은 아시아국가로 공통점도 많겠지만 차이점 또한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베트남은 한국보다 유교의 영향을 훨씬 덜 받아 자유분방하고 규율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특히 베트남에는 평등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풍토가 뿌리박혀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대한 불만도 그래서 더욱 큰 것 같습니다.
베트남인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은 법치에 약하고 인치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무질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양보하고 가족처럼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베트남의 정치.사회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개방및 개혁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습니까.
"부작용이 없을 수 없지요.
서구문명이 밀물듯 들어오지만 우리 실정에 맞지않는 것도 많습니다.
또 빈부격차도 생기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정부는이런 부작용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복지에
관심을 쏟도록 유도하는등 각종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지만 국민각자가 의사를 자유로이 표현할 수있는
창구가 많습니다.
당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되는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됩니다.
또 베트남은 국민의 15%를 이루고 있는 55종류의 소수민족을 정책적으로
보호, 지역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상적인 사회주의를 표방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이념을 초월해 국민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는 시대입니다.
이렇듯 정치.사회분위기가 안정되가고 있는 가운데 수만명의 보트피플이
속속 되돌아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세계화시대를 맞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의 양국간 협력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베트남은 오는 7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가입하게 되며 이미
아태경제협력기구(APEC)및 세계무역기구(WTO)등 주요 국제기구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베트남은 국제사회일원으로 한국과 동반자 관계를 더욱더 공고히 해나갈
것입니다.
또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염정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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