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아시아의 5번째 용이 되는가"

도이모이(쇄신)로 상징되는 베트남의 경제개혁.개방은 이제 성공 여부를
물을 단계를 넘어섰다.

과연 고도성장 가도의 발판이 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일 뿐이다.

작년초 미국의 엠바고(금수조치)해제 이후 이같은 궁금증은 더해가고 있다.

미국 일본등 각국의 기업들이 앞다퉈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는등 베트남
경제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어서다.

지난 86년 대외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도이모이는 일단 성공
작으로 평가된다.

그동안의 경제지표가 이를 대변한다.

우선 경제성장률이 괄목할 만하다.

지난 93년과 작년 베트남의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 각각 8.0%와 8.5%.

지난 92년 8.3% 성장을 달성한 이래 계속 8%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년 목표는 "9% 성장" 달성이다.

이같은 성장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안정된 물가때문이다.

지난 90년과 91년중 각각 67.2%와 67.4%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이 92년
17.5%, 93년 5.2%로 잡혔다.

작년엔 극심한 가뭄으로 쌀등 농산물 작황이 나빠 물가가 14%까지 뛰었으나
올해는 한자리수로 잡겠다는게 베트남 정부의 의지다.

어쨌든 베트남의 도이모이는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이는 중국의 천안문 사태, 러시아와 동구의 국가분리및 쿠데타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혁.개방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정치적인 혼란 없이 이뤄낸 성과
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기도 하다.

베트남의 "조용한 전진"은 물론 하늘에서 떨어진게 아니다.

다 이유가 있다.

세계 제3위의 쌀생산국이라는 안정된 농업기반이 그 뿌리다.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3백달러도 안되지만 문맹률이 현저히 낮고 근면
하기로 정평이 난 7천만명의 인구는 뼈대다.

여기에 미.일.프랑스등 선진국과의 투쟁에서 나라를 지켜냈다는 국민적
긍지야말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는게 중론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 베트남의 도이모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이제 관심은 베트남 경제가 어느정도의 성장탄력을 받아 얼만큼 뛰어 오를
것인가에 모아진다.

특히 작년 2월 이뤄진 미국의 엠바고 해제가 베트남 경제의 도약을 얼마나
앞당길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이에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단 밝다.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로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등 국제
금융기관들의 공공차관 공여에 물꼬가 트였고 프랑스 독일 일본등 외국
기업들이 앞다퉈 베트남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특히 베트남이 끌어들일 공공차관은 사회간접자본(SOC)투자등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외국자본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전망이다.

외국기업들은 그동안 대베트남 투자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미흡한 SOC를
꼽아왔다.

그래서인지 미엠바고 해제이후 외국인 직접투자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이 외국인 투자를 처음으로 받아들인 지난 88년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37건, 3억6천2백만달러였다.

이것이 <>91년 12억9천만달러 <>92년 19억4천만달러 <>93년 27억3천만달러
로 불어났다.

미국의 엠바고가 풀린 작년 한해동안은 외국인 투자 규모가 37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6년만에 10배를 넘은 셈이다.

이로써 지난 2월까지 누계기준 외국인 투자 총액은 1백12억달러에 달했다.

건수로는 모두 1천20건에 이른다.

최근 들어선 외국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불꽃을 튀기기까지 한다.

유전개발에 나선 미국의 모빌, 호주의 BHP, 일본의 스미토모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베트남 시장을 놓고 또다시 숙명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작년에 베트남 정부가 입찰에 부친 도로 보수및 건설수주 자격심사엔 외국
의 2백50여개사가 참가를 신청,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20세기 마지막 시장"을 놓고 각국의 기업들이 양보할 수 없는 각축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베트남 경제의 성장 가도가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잘 닦이지 않은 데가 적지 않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지난 92년 헌법개정으로 개혁.개방정책의 큰 틀은 짰다지만 하부 법령등
계속 손질 해야할 제도적 장치가 많다.

또 지난해 각각 35억달러와 45억달러를 기록한 베트남의 수출입 액수에서
보여지듯 아직은 빈약한 구매력도 교역시장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의 최혜국대우(MFN)부여도 남은 숙제중 하나다.

베트남이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용트림을 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